한국시가

꽃...........박 양균

바보처럼1 2006. 11. 10. 22:37

<꽃>

---그 신은 나에게 침묵으로 답하리라. (릴케)

 

사람이 사람과 더불어 망한

이 황무한 전장에서

이름도 모를 꽃 한 송이

뉘의 위촉으로 피어났기에

상냥함을 발돋움하여 하늘과 맞섬이뇨.

 

그 무지한 포성과 폭음과

고함과 마지막 살륙의 피에 젖어

그렇게 육중한 지축이 흔들리었거늘

 

너는 오히려 정밀 속 끝없는

부드러움으로 자랐기에

가늘은 모가지를 하고

푸르른 천심(天心)에의 길 위에서

한 점 웃음으로 지우려는가.

 

*전쟁의 폐허 위에 피어난 한 송이 꽃을 노래하여, 인간성의 부활과 소망을 기워하였다. '포성--폭음-고함' 등 남성적 이미지에 대비시켜, " 정밀-부드러움-가늘음 등 여성적 이미지를 등장시키고 있다. 이러한 대비적인 이미지로 해서 전쟁으 비극성을 고조시킴과 아울러 휴머니즘을 강조하는 이중적인 효과를 유발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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