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꽃과 언어..................문 덕수

바보처럼1 2006. 12. 6. 22:11

<꽃과 언어>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언어는

소리와 뜻이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

불꽃처럼 타다간

꺼져도,

 

어떤 언어는

꽃잎을 스치자 한 마리 꿀벌이

된다.

 

*초현실주의의 기교, 죽 이른바 자동 기술법으로 씌어졌기때문에 이 시의 분석은 천혀 불가능하다. 이 시의 언어들은 심리 심층에서 유발된 것들이기 때문에 이미지 그대로의 상태인 것이다.

*주제는 새로운 생명력의 탐구.

 

 

<원(圓)에 관한 소묘>

 

한 개의 원이

굴러간다.

천사의 버린 지환이다.

그 안팎으로 감기는 별빛과

꽃잎들..... .

금빛의 수밀도만한

세 개의 원이

천 개의 원이

굴러간다.

 

신의 눈알들이다.

어떤 눈알은 모가 서서

삼각형이 되어

쓰러진다.

어떤 눈알은 가로누운

불기둥이 되어

뻗는다.

한 개의 원이

8월 한가위의 달만큼

자라서

굴러간다.

 

*이 작품 역시 이미지와 이미지의 결합으로 구성된 시.

이런 성격의 시에서 뚜렷한 주제를 찾으려 하는 것은 무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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