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밤 비(1).............이 성교

바보처럼1 2006. 12. 20. 23:45

<밤 비>

---1964년 6월 9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유명(幽明)을 달리한 딸 善美를 위한 자장가로 지어 준다.

 

아아 내 가슴에

떨어진 流星아.

밤비는

너의 울음이었다.

 

땅이 움직여도,

산에 돌이 떨어져도

네가 온통

이 세상에

많은 것 같구나.

 

내 가슴에 묻혀 있는

너의 무덤에

해마다 무슨 꽃으로

피워 주련.

 

술을 먹어도,

술을 먹어도,

취하지 않는 밤.

밤비는 한 잔 술에 운다.

 

아빠가 태워 준

창경원의 비행기.

이 밤에도 찬 비 맞고

빙빙 돌겠지

 

이제 와

머리에 뒷짐 인

옛날을 말하지 않으련다.

 

멀리 흰 나비 한 마리

훨훨 강을

건너고 있는데,

이리도 내 가슴에

천둥이 치랴.

 

*작자의 말----

한국 현대시의 본질은 한국 사람의 생활과 심성에서 오는 소위 센티멘털에 두고 있다. 그것은 곧 정통파 시인들의 작품에서 보면 이멸, 한, 고독, 해수, 무상, 懷憶 등이 주제가 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시의 소재는 언제나 농촌과 자연의 향토적 특성에 있었다.

 

 

<봄>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 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 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작자의 말---

꽃핀 화창한 날씨가 우리들의 기쁨과 생존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어디 먼 나라릐 다른 사람들 때문에 있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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