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차피 못 부를 바에야>
북으로 훈풍 따라
찬 개울 천이나 건너고,
남으로 아지랭이 따라
시린 산봉우리 천이나 넘어
봄이 먼 고향 산천에
연분홍 봄 심어 놓고는
말없이 훌쩍 떠나버리는 꽃
그것은 진정 진달래꽃인데,
여기 진달래를 진달래라고 못 부른다 해서
꽃 있는 마음에
어찌 꽃마중이야 못 나가랴.
어차피 못 부를 바에야
오는 마음 가는 옷섶에
검은 상장(喪章)이나 달고 가게 해 주려무나.
형제사 있건 없건,
이웃 있어 내가 있고
내가 있어 이웃 있는 좁은 노정(路程) 위에
샘물모양 가늘게나마 솟아
36 도 5 부의 체온으로 이어지는 다리
그것은 진정 동무의 정인데,
여기, 동무를 동무라고 못 부르고서야
그리워 나눈 술인들
어찌 정 되어 돌아오랴
어차피 못 부를 바에야
오는 마음 가는 옷섶에
검은 상장이나 달고 가게 해 주려무나.
이름이야 옛 것이건 새 것이건,
그 이름 뒤에 두고, 살아서 유랑 천 리
그 이름 옷섶에 싸 안고 죽어서 귀향 천 리
그러면서 긴 세월 울고 웃고
그러면서 아린 세월 잃고 찾은 우리의 땅
그것은 진정 조선인데
여기 조선을 조선이라고 못 부른다 해서
석별의 인사 한 마디 없이
어찌 값없이 아무데나 넘겨야 주랴
어차피 못 부를 바에야
오는 마음 가는옷섶에
검은 상장이나 달고 가게 해 주려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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