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임...............허 영자

바보처럼1 2006. 12. 22. 22:03

<임>

 

그윽히

굽어보는 눈길

 

맑은 날은

맑은 속에

 

비 오며는

비 속에

 

이슬에

꽃에

샛별에......

 

임아

 

온 삼라만상에

 

나는

그대를 본다.

 

*이 시인의 "임"은 다른 시인들의 경우처럼 이상화되어있지 않고 직접 감각과 관련되어 있는 데 그 특징이 있다. 그리고 그 "임"을 노래하는 자세는 시 전편에 인간적인 근거가 끊임없이 타오르고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독자에게 자기 자신을 강렬히 보게 해 주는 것이다.

 

 

<백 자(白瓷)>

 

불길 속에

머리칼 풀면

사내를 호리는

야차 같은 계집

 

그 불길 다스려 다스려

슬프도록 소슬한 몸은

현신(現身)하옵신 관음보살님

 ----이조 항아리

 

*작자의 말----

어떤 성인은 성선설을 이야기하고 또 어떤성인은 성악설을 이야기하였지만, 인간은 어떤 한 가지 속성만을 지닌 단순한 존재는 아니지 않겠는가. 여러가지 복잡하고 복합적인 요소들이 모여 인간이라는 이 신묘하고 불가해한 존재가 형성된 것이리라.그리하여 야차(夜叉) 같은 여자 속에도 관세음보살님 닮은 불성(佛性)은 깃들어 있고, 저매끄럽고 차겁고 유현한 백자 또한 몇 천 도의 불가마 속에서는 벌겋게 달았던 불덩어리가 아니겠는가.

 

 

<바 위>

 

한 여인이

그 영혼을 송두리째 드린다 하면,

한 여인이 그 살을, 피를, 내음을 송두리째 드린다 하면,

 

아아,

그대의 고독은 풀릴 것가.

 

차겁고 어둡고 말 없는 얼굴

그대 마음을 풀 길 없는

크나큰 이 슬픔

조심스러라.

 

두견이도 한 목청

울고 지친 밤

나 혼자만 잠 들기

못내 설워라.

 

울먹이며 떨며 머뭇대는

나의 사랑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