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그 날은............천 상병

바보처럼1 2006. 12. 22.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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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은>

 

이젠 몇 년이었는가,

아이론 밑 와이샤쓰같이

당한 그날은...... .

 

이젠 몇 년이었는가,

무서운 집 뒷창가에 여름 곤충 한 마리

땀 흘리는 나에게 악수를 청한 그 날은......

 

내 살과 뼈는 알고 있다.

진실과 고통

그 어느 쪽이 강자인가를......

 

내 마음 하늘

한편 가에서

새는 소스라치게 날개 편다.

 

*진실한 생명의 잉태와 탄생과 그 비상(飛翔)을 동양적 정신으로 노래하고 있다. 마치 생명과의 시를 읽듯이 휴머니티를 강하게 풍기는 작품이다.

*1연: 극한적 고통의 경험이 있었다는 것.

*2연: 그 속에서 생명을 엿보는 동기.

*3연: 체험적인 깨달음.

*4연: 생명의 비상.

 

 

<강 물>

 

강물이 모두 바다로 흐르는 그 까닭은

언덕에 서서

내가

온종일 울었다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밤새

언덕에 서서

해바라기처럼 그리움에 피던

그 까닭만은 아니다.

 

언덕에 서서

내가

짐승처럼 서러움에 울고 있는 그 까닭은

강물이 모두 바다로만 흐르는 그 까닭만은 아니다.

 

*작자의 말---

나의 처녀작이자 추천 작품이다.......강물에는 인생이 있고 우주의 진리가 있다.

 

 

<귀 천(歸天)>

   ---주 일---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왔더라고 말하리라......

 

*티없이 맑은 서정의 세계를 구더더기 없이 쉬운 말로 간결명료하게 표현하고 있는 가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