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초원의 빛.............워즈워드

바보처럼1 2007. 3. 23. 00:16

<초원의 빛>

     Splendour in the Grass

 

한때엔 그리도 찬란한 빛이었던

이제는 속절없이 사라져 가는

돌이킬 바이 없는

초원의 빛이여, 꽃의 영광이여!

우리 서러워하지 말고

뒤에 남아 굳세리라.

존재의 영원함을

티없이 가슴에 품고

인간의 고뇌를

사색으로 달래며

죽음도 안광에 철하는

명철한 믿음으로 세월 속에 남으리라.

 

 

<무지개>

      Rainbow

 

하늘의 무지개를 바라 볼 때면

      내 마음은 뛰누나.

나 어릴 때 그러하였고

나 어른이 된 지금도 그러하거니

나 늙어진 뒤에도 그러기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죽으리!

어린이는 어른의 아버지.

원컨대 오는 내 생의 하루하루가

     모두 천성의 경건으로 이어가기를.

 

 

<가여운 스잔의 환상>

       The Reverie Poor Susan

 

우드 가(街) 모퉁이에 해가 떠오를 때면

목청 높여 우는 새장속의 티티새 삼 년 동안 노래했다.

가여운 스잔이 이곳을 지나다가

아침의 정숙 속에 이 새 노래를 들었다.

 

황홀한 그 노래소리, 어인 일인가? 그녀는 본다.

솟아나는 산, 나무들의 환상을--

빛나는 물보라가 로드버리를 지나 미끄러져 가고

강물이 칩사이드 골짜기로 흐른다.

 

그녀는 푸른 목장을 본다. 골짜기 한 복판에서

우유통 들고 그녀가 자주 오르내렸던 골짜기

그리고 그녀가 이 세상에서 사랑하는 단 하나의 집

비둘기집 같은 유일한 작은 오두막집을.

 

이를 본 그녀의 마음 천국에 갔다. 그러나 그건 사라진다.

안개도 강물도,언덕도 그늘도

시냇물은 흐르려하지 않고 언덕도 솟아나려 않는다.

그리고 온갖 색채 모두 그녀의 눈에서 사라져버렸다.

 

 

 

<뻐꾹새에게>

      To the Cuckoo

 

오 쾌활한 새 손님이여! 네 소리 일찍 듣고

지금 또 들으니 기쁘구나

오 뻐꾹새여! 너를<새>라 부를까.

헤매는 <목소리>라 할까?

풀 위에 누워 있으면

네 이중의 외침 들리누나

언덕에서 언덕으로 지나는 듯하고

동시에 멀고 가까운 듯하다.

햇빛과 꽃의 이야기를

골짜기에만 재잘대나

너는 내게 가져온다.

유년시절의 이야기를.

참 반갑구나, 봄의 총아여!

아직도 너는 내겐

새가 아닌, 어떤 눈에 보이지 않는 것.

어떤 목소리, 어떤 신비여라.

학생시절 내가 귀 기울이던

바로 그 소리, 나로 하여금

이리저리, 숲과 나무와 하늘로

찾게 했던 그 울음소리여라.

너를 찾느라 난 자주 헤매었지

숲을 지나고 풀밭으로

그런데 넌 언제나 어떤 희망, 어떤 사랑.

늘 그리워했지만 한번도 눈에 띈 적이 없어.

 

 

 

<잃어버린 사랑>

     The Lost Love

 

그녀가 살던 더브 샘가는

인적 드문 외딴 곳이었네.

칭찬해 줄 이도 없고

사랑해 줄 이도 없었던 처녀.

 

이끼 낀 바위 틈에 살며시 숨어서

고요히 피어난 제비꽃이여!

새벽 밤 하늘에 반짝이는

별처럼 아름다웠네.

 

아무도 몰래 살아왔듯이

그녀의 죽음도 아는 이 없네

아 그러나 그녀는 무덤으로 가고

내게는 너무나 큰 슬픔!

 

 

 

<3월의 노래>

     A Song of March

 

닭이 운다

시냇물은 흐르고

새떼 조잘대며

호수는 반짝이는데

푸른 초원은 햇볕 속에 잠 들었네.

 

늙은이도 어린이도

젊은이와 더불어 일하는

풀 뜯는 가축마저도

고개를 들지 않네

마흔 마리가 하나 같이.

 

패전한 군사처럼

헐벗은 산마루에

병들어 누었는데

밭가는 아이 목청엔

힘이 들었네 이랴 이랴!

 

산에는 기쁨

샘에는 생명

조각 구름 두둥실 떠 가는

하늘은 더 푸르러만 가네.

비 개인 이 날의 기쁨이여.

 

 

 

<수선화>

      The Daffodils

 

골짜기와 산마루에 높이 떠도는

구름마냥 외로이 떠돌아 다니다가

떼지어 활짝 핀 황금빛 수선화를

나는 문득 보았네.

호숫가 줄 지어 선 나무 밑에서

하늘하늘 미풍에 춤추는 것을.

      흔하에서 반짝이며 깜박거리는

      별들마냥 잇따라

      수선화는 샛강 기슭 가장자리에

      끝없이 줄지어 뻗쳐 있었네.

      나는 한 눈에 보았네 흥겹게 춤추며

      고개를 살랑대는 무수한 수선화를.

호수물도 옆에서 춤을 추지만

반짝이는 물결보다 더욱 흥겹던 수선화

이렇듯 즐거운 벗과 어울릴 때

즐겁지 않는 시인이 있을까

나는 그저 보고 또 바라볼 뿐

그 광경이 얼마나 값진 것임을 미처 몰랐었네.

     어쩌다 하염없이 또 시름에 잠겨

     자리에 누워있으면

     수선화는 내 마음 속에 떠오르는

     고독의 축복

     내 가슴 기쁨에 넘쳐

     수선화와 더불어 춤춘다.

 

 

*워즈워드(William Wordworth, 1770-1850): 콜리지, 사우디 등과 더불어 호반시인이라 일컬어지며 영국의 낭만주의의 꽃을 피웠다. 계관시인.콜리지와 공동 익명 출판한<서정 가요>는 낭만주의의 성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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