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
The Lake Isle of Innisfree
이제 나는 가련다, 이니스프리로 가련다.
거기 진흙과 나뭇가지로 작은 집 짓고
아홉 이랑의 콩밭 갈며 꿀벌도 치며
벌소리 잉잉대는 숲속에 홀로 살리라.
그러면 거기 평화가 있겠지.
안개 낀 아침부터 귀뚜라미 우는 저녁 때까지
그곳은 밤중조차 훤하고 낮은 보라빛
저녁에는 홍방울새 가득히 날고.
이제 나는 가련다, 밤이나 낮이나
기슭에 나직이 호숫물 찰삭이는 소리
가로에서나 회색 포도 위에서나
내 가슴 속 깊이 그 소리만 들리누나.
<그대 늙었을 때>
When You are Old
그대 늙어 백발되어 졸음이 자꾸 오고
벽로가에 고개를 끄덕일 때, 이 책을 꺼내어
천천히 읽으며 그대 옛날 지녔던
부드러운 눈동자와 그 깊은 그림자를 꿈꾸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대의 즐겁고 우아한 순간을 사랑했으며
그대 아름다움을 참으로 혹은 거짓으로 사랑했던가.
다만 한 사람 그대의 편력하는 영혼을 사랑했고
그대 변해가는 얼굴의 슬픔을 사랑했었음을.
그리고 달아오르는 쇠살대 곁에 몸을 구부리고
좀 슬프게 중얼거려라, 어떻게 사랑이
산위로 하늘높이 도망치듯 달아나
그의 얼굴을 무수한 별들 사이에 감추었는가를.
<하늘 비단>
Silk of the Heavens
금빛과 은빛으로 무늬를 놓은
하늘의 수놓은 비단폭 내게 있다면
밤과 낮, 저녁이 비치는
푸른빛,어스름빛, 검은빛 비단이 있다면
그대 발 밑에 깔아드리련만
가난한 나는 가진거라곤 꿈뿐이라서
그대 발 아래 펴 놓았다오.
사뿐이 밟으소서, 내 꿈 밟고 오시는 이여!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오다>
Wisdom Comes with Time
잎은 많지만 뿌리는 하나
내 청춘의 거짓된 허구한 나날을
햇빛 속에 잎과 꽃들을 흔들었지만
이제는 시들어 진실 속에 파묻히련다.
<다시 부른 옛 노래>
An Old Song Resung
유원지에세 내 애인과 만났지요.
그녀는 눈처럼 하아얀 고운 발로
유원지를 지나갔지요.
나뭇잎 자라듯 쉽게 사랑하라고
그녀는 내게 일러줬지만
나는 어리고 우둔하여
미처 알지 못했어요.
들녘 강가에 나는 내 애인과 함께 서 있었고
그녀의 눈처럼 흰 손이 내 쳐진 어깨 위에
얹혀 있었지요.
언덕의 풀 자라듯 쉽게 살라고
그녀는 내게 말했지만
나는 어리고 우둔했던 탓
지금에야 눈물이 쏟아져요.
<낙 엽>
The Falling Leaves
가을은 우리를 사랑하는 긴 잎사귀에 왔다.
보릿단 속 생쥐에게도.
머리 위 로우언 나뭇잎은 노랗게 물들고
이슬 맺힌 산딸기도 노랗게 물들었다.
사랑이 시드는 철이 닥쳐와
지금 우리의 슬픈 영혼은 지치고 고달프구나.
우리 헤어지자, 정열의 계절이 다 가기 전에
그대 수그린 이마에 키스와 눈물 남기고.
<술의 노래>
A Drinking Song
술은 입으로 오고
사랑은 눈으로 오나니
우리가 죽기 전 알아둘 진실은
이뿐이로다.
나는 잔을 들며
그대 바라보고
한숨 짓노라.
<굳은 맹세>
A Deep-Sworn Vow
그대 굳은 맹세를 지키지 않았기에
다른 이들을 친구로 사귀었지.
그대도 내가 죽음에 부딛거나
잠의 봉우리로 기어 오를 때
또는 술에 취했을 때는
언제나 불현듯 그대를 만나네.
<젊은 아가씨에게>
To a Young Girl
내 사랑 나의 사랑아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그대의 가슴을 그토록 뛰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대의 어머니 조차도
나만큼 그걸 알지는 못할거요.
그녀는 그걸 부정하고 잊어버렸지만
그 어슬픈 생각이
그녀의 피를 들뜨게 하고
눈을 번쩍이게 할 때
그녀 때문에 내 마음 슬프게 하는 것이
누구인지를.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1865-1939); 아일랜드의 시인, 극작가, 아일랜드 문예부흥 운동의 중심인물. 20세기 전반의 최대 시인으로 불리며 19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어이신의 방랑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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