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예이츠

바보처럼1 2007. 4. 20. 19:13

<이니스프리의 호도(湖島)>

        The Lake Isle of Innisfree

 

이제 나는 가련다, 이니스프리로 가련다.

거기 진흙과 나뭇가지로 작은 집 짓고

아홉 이랑의 콩밭 갈며 꿀벌도 치며

벌소리 잉잉대는 숲속에 홀로 살리라.

 

그러면 거기 평화가 있겠지.

안개 낀 아침부터 귀뚜라미 우는 저녁 때까지

그곳은 밤중조차 훤하고 낮은 보라빛

저녁에는 홍방울새 가득히 날고.

 

이제 나는 가련다, 밤이나 낮이나

기슭에 나직이 호숫물 찰삭이는 소리

가로에서나 회색 포도 위에서나

내 가슴 속 깊이 그 소리만 들리누나.

 

 

<그대 늙었을 때>

      When You are Old

 

그대 늙어 백발되어 졸음이 자꾸 오고

벽로가에 고개를 끄덕일 때, 이 책을 꺼내어

천천히 읽으며 그대 옛날 지녔던

부드러운 눈동자와 그 깊은 그림자를 꿈꾸라.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그대의 즐겁고 우아한 순간을 사랑했으며

그대 아름다움을 참으로 혹은 거짓으로 사랑했던가.

다만 한 사람 그대의 편력하는 영혼을 사랑했고

그대 변해가는 얼굴의 슬픔을 사랑했었음을.

 

그리고 달아오르는 쇠살대 곁에 몸을 구부리고

좀 슬프게 중얼거려라, 어떻게 사랑이

산위로 하늘높이 도망치듯 달아나

그의 얼굴을 무수한 별들 사이에 감추었는가를.

 

 

<하늘 비단>

      Silk of the Heavens

 

금빛과 은빛으로 무늬를 놓은

하늘의 수놓은 비단폭 내게 있다면

밤과 낮, 저녁이 비치는

푸른빛,어스름빛, 검은빛 비단이 있다면

그대 발 밑에 깔아드리련만

가난한 나는 가진거라곤 꿈뿐이라서

그대 발 아래 펴 놓았다오.

사뿐이 밟으소서, 내 꿈 밟고 오시는 이여!

 

 

<지혜는 시간과 더불어 오다>

     Wisdom Comes with Time

 

잎은 많지만 뿌리는 하나

내 청춘의 거짓된 허구한 나날을

햇빛 속에 잎과 꽃들을 흔들었지만

이제는 시들어 진실 속에 파묻히련다.

 

 

<다시 부른 옛 노래>

      An Old Song Resung

 

유원지에세 내 애인과 만났지요.

그녀는 눈처럼 하아얀 고운 발로

유원지를 지나갔지요.

나뭇잎 자라듯 쉽게 사랑하라고

그녀는 내게 일러줬지만

나는 어리고 우둔하여

미처 알지 못했어요.

 

들녘 강가에 나는 내 애인과 함께 서 있었고

그녀의 눈처럼 흰 손이 내 쳐진 어깨 위에

얹혀 있었지요.

언덕의 풀 자라듯 쉽게 살라고

그녀는 내게 말했지만

나는 어리고 우둔했던 탓

지금에야 눈물이 쏟아져요.

 

 

<낙 엽>

       The Falling Leaves

 

가을은 우리를 사랑하는 긴 잎사귀에 왔다.

보릿단 속 생쥐에게도.

머리 위 로우언 나뭇잎은 노랗게 물들고

이슬 맺힌 산딸기도 노랗게 물들었다.

 

사랑이 시드는 철이 닥쳐와

지금 우리의 슬픈 영혼은 지치고 고달프구나.

우리 헤어지자, 정열의 계절이 다 가기 전에

그대 수그린 이마에 키스와 눈물 남기고.

 

 

<술의 노래>

      A Drinking Song

 

술은 입으로 오고

사랑은 눈으로 오나니

우리가 죽기 전 알아둘 진실은

이뿐이로다.

나는 잔을 들며

그대 바라보고

한숨 짓노라.

 

 

<굳은 맹세>

      A Deep-Sworn Vow

 

그대 굳은 맹세를 지키지 않았기에

다른 이들을 친구로 사귀었지.

그대도 내가 죽음에 부딛거나

잠의 봉우리로 기어 오를 때

또는 술에 취했을 때는

언제나 불현듯 그대를 만나네.

 

 

<젊은 아가씨에게>

       To a Young Girl

 

내 사랑 나의 사랑아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아요

그대의 가슴을 그토록 뛰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그대의 어머니 조차도

나만큼 그걸 알지는 못할거요.

그녀는 그걸 부정하고 잊어버렸지만

그 어슬픈 생각이

그녀의 피를 들뜨게 하고

눈을 번쩍이게 할 때

그녀 때문에 내 마음 슬프게 하는 것이

누구인지를.

 

 

*예이츠(William Butler Yeats, 1865-1939); 아일랜드의 시인, 극작가, 아일랜드 문예부흥 운동의 중심인물. 20세기 전반의 최대 시인으로 불리며 1923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어이신의 방랑기>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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