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 류>
Pomegranate
너무 많은 알맹이에 견디다 못해
반쯤 방싯 벌려진 단단한 석류여
스스로 눈을 떠서 황홀해 하는
고결한 이마를 나는 보는 것만 같다!
오, 방싯 입 벌린 석류여
네가 겪은 온 세월이
오만스럽게도 너희들로 하여금
애써 이룬 홍옥의 간막이를 삐꺽거리게 해도
또한 껍질의 메마른 황금이
어떤 힘에 눌려
찢어진 빨간 보석의 과즙이 되어도
그래도, 그 빛나는 균열은
비밀의 얼개를 지닌
내가 지닌 영혼을 생각케 한다.
<애정의 숲>
Forest of Love
우리는 나란히 길을 따라가면서
순수한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름 모를 꽃 속에서
말없이... 손을 잡았다.
우리는 단 둘이 약혼자처럼
목장의 푸른 밤 속을 걸었다.
그리고 이 선경(仙境)의 열매인
정겨운 달을 미치광이들에게 나눠 먹였다.
그리고 우리는 이끼 위에서 죽었다.
아득히 먼 곳에서 소근대는 정다운 숲의
아늑한 그늘 사이에 둘이 묻혀서.
그리고 저 높은 하늘 위
무한한 빛 속에서 우리는 울고 있었다.
오, 나의 사랑스런 침묵의 길동무여!
*발레리(Paul Valery, 1871-1945);프랑스 순수시의 주창자로 상징주의의 거장 말라르메에게 사사하여 그 영향을 받았으며 지이드와 친교했다. 대표시집은 <해변의 묘지><매혹><바리애테><고정관념><나의 파우스트>등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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