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묘비명............드.라.메어

바보처럼1 2007. 4. 22. 13:23

 

<묘비명>

      An Epitaph

 

여기 참으로 예쁜 여인이 누워 있다.

발걸음도 마음도 가벼웠던 그녀.

정말 서쪽 나라에 이 여인같이

아름다운 여인은 없었다.

그러나 아름다움은 사라져버리는 것.

아무리 예쁘고 아름다운 여인이라도

내가 흙이 되는 날 그 누가 기억하리

서쪽 나라의 이 여인을.

 

 

<은 빛>

Silver

 

달님은 천천히 조용히

은빛 신을 신고 밤을 걸어가네.

이쪽 저쪽으로 마냥 기웃거리며

은빛 나무 위 은빛 열매를 보네.

창문은 하나하나 휘영청 달빛을 드러내고

은빛 처마 밑에서 잠든 우리집 개

그늘진 둥우리에서 살며시 보이는 건

은빛 날개에 싸여 고이 잠든 비둘기 가슴.

낱가리 속의 쥐가 쪼르르 달아나네

은빛 발톱, 은빛 눈을 가지고.

물속에서 고기는 움쭉하지 않고

은빛 시냇물 은빛 갈대 옆에서 반짝이네.

 

 

드.라.메어(Walter John De La Mare,1873-1956); 영국의 시인이며 소설가.시집<피콕 파이>를 1913년에 간행. 청순하고 몽환적 세계를 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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