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종(鐘)...........아폴리네에르

바보처럼1 2007. 4. 22. 17:17

<종(鐘)>

      Bell

 

집시의 미남 내 애인이여!

귀를 기울여요 종소리가 울려요.

우린 서로 정신없이 사랑했었지요.

아무도 보지 않는줄 믿고서.

 

그러나 우린 잘 숨질 못했어요.

근처의 모든 종들이

높은 종각에서 우릴 봤어요.

모든 사람들에게 그걸 모두 말해버릴지 몰라요.

 

내일이면 시브리앙과 앙리

마리 위르쉴과 까뜨린느

빵집 마님과 그 남편

그리고 내 사촌 누이 젤트뤄드가.

 

비웃을 거예요, 내가 지나갈 때

그럼 난 몸둘 바를 몰라 할 거예요.

당신은 멀리 있고 나는 울 거예요.

어쩌면 울다가 죽을 거예요.

 

 

<가 을>

       Autumn

 

안개 속을 간다. 허리 굽은 농부와

황소 한 마리, 가난하고 초라한

오막살이 감춰주는 안개 속을 느릿느릿.

 

농부는 저만큼 걸어가며 노래 부른다.

반지와 상처 입은 가슴의

사랑과 부정의 노래를.

 

오! 가을, 가을은 여름을 죽였도다.

안개 속을 간다. 두 개의 잿빛 그림자.

 

 

<엽 서>

      A Post

 

천막 아래서 네게 이 글을 적는다.

여름날은 이미 저물고

아스람한 하늘에

 

찬란한 발화(發花)

작렬하는 포격이

피기도 전에 시든다.

 

 

<이 별>

 

 

나는 히드나무의 어린 싹을 꺾었네.

가을은 이제 기울고...

그대는 가슴에 간직하는가.

우리들 이 땅 위에서

또 다시 만나지 못할 것이니

세월의 향기여,히드나무의 어린 싹이여.

그리고...그리고

그대는 내가 그대를 기다리고 있는 것을

가슴속 깊이 간직하여 주시기를... .

 

 

<비둘기>

       Pigeon

 

비둘기여, 예수를 낳게한 사랑이여

한 점 티 없이 맑은 마음이여

나 또한 그대처럼

또 다른 마리아를 사랑하고 있으니

아, 나는 그 여인과 짝이 되고파.

 

 

<애 니>

      Anni

 

텍사스 해안

모빌과 갤비스튼 사이에

장미꽃 만발한 넓은 뜰이 있고

그 안에는 집도 한 채 있어

그 또한 한 떨기 탐스러운 장미.

 

그 뜰안을 홀로 한 여인이

종종 산책을 한다.

내가 보리수 늘어선 가로수 길을 따라 지나노라면

우리는 눈이 마주치곤 했다.

 

그 여인은 메노파(派) 신자여서

그녀 옷에도 장미나무에도 단추가 없었다.

내 윗저고리에도 단추 두 개가 없다.

그 여인과 나는 거의 같은 의식(儀式)을 따르고 있다.

 

 

<미라보 다리>

       Mirabeau Bridge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흐르고

우리들 사랑도 흘러 내린다.

내 마음 속 깊이 기억해야 하는가

기쁨은 언제나 고통 뒤에 오는 것을.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손에 손을 맞잡고 얼굴을 마주 보자

우리들 팔 아래 다리 밑으로

영원의 눈길을 한 지친 물결이

흐르는 동안.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사랑은 흘러간다 흐르는 강물처럼

우리들 사랑도 흘러 내린다.

인생은 얼마나 더디고

희망은 얼마나 격렬한가.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나날은 흘러가고 달도 흐르고

지나간 세월도 흘러만 간다.

우리들 사랑은 오지 않는데

미라보 다리 아래 세느 강은 흐른다.

 

 

밤이여 오라, 종아 울려라.

세월은 흐르고 나는 남는다.

 

 

<사랑은 죽고>

        And Love has been Dead

 

사랑은 숨졌읍니다.

그대의 두 팔 사이에서.

처음 사랑을 알게 된

그날을 기억하세요.

그는 숨졌읍니다.

그대는 사랑을

다시 하실테지요.

그는 당신과 만나던 때를

기억하고 있지요.

 

그러나 아직도 나는

지나간 봄의 부드러움을

기억하고 있어요.

작별의 계절이여 안녕히.

계절이여, 그대는 우리에게

오는 해에도 한결같이 부드러우리라.

 

 

<선 물>

      Gift

 

당신이 만일 원하신다면

내 당신에게 드리려 합니다.

아침, 그토록 내 상쾌한 아침과

 

그리고 당신이 좋아하는

빛나는 내 머리카락과

푸르고 금빛나는 내 눈을.

 

당신이 만일 원하신다면

내 당신에게 드리려 합니다.

따스한 햇살 비치는 곳에서

아침 눈뜰 때 들려오는 온갖 소리와

근처 분수에서 들리는

흐르는 물줄기의 아름다운 소리를.

 

마침내 찾아들 석양 노을이며

쓸쓸한 내 마음으로 얼룩진 저녁.

또 조그만 내 손과

그리고 당신 마음 가까이에

놓아둬야 할

나의 마음을.

 

 

*아포리네에르(Guillaum Apollinaire, 1880-1918): 프랑스의 시인,작가. 로마에서 자란후 파리에 와서 피카소 등과 더불어 입체파 미학을 확립하고 20세기 초반의 전위적인 예술운동에 가담함. 쉬르레알니즘및 모던이즘의 선구자.<알코올><칼리그람>등 시집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