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가을............휴움

바보처럼1 2007. 4. 22. 17:51

<가 을>

      Autumn

 

가을 밤의 차거운 감촉ㅡ

나는 거닐다가

붉게 탄 얼굴의 농부와도 같은

불그레한 달이 울안을 넘실대는 걸 보았네.

난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리고 별들은 깊은 생각에 잠겨 있었네

마을 아이들처럼 하얀 얼굴로.

 

 

<부두 위>

       on the Wharf

 

한밤중 고요한 부두 위

밧줄 드리운 높은 돛대 끝에 달이 걸렸고

그렇게 먼 것은

놀다 잃어버린 어린이의 풍선뿐이다.

 

 

<방 죽>

      The Embankment

 

한때, 나는 바이올린을 켜는 솜씨에 황홀해 하며

딱딱한 포도(鋪道)위 빛나는 황금의 발꿈치에 홀린적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나는

따사로움만이 시(詩)의 원천임을 안다.

오 하나님, 별이 좀 먹은

하늘의 낡은 담요자락을 걷어 주옵소서

나는 그것을 접어 몸에 두루고 편히 눕겠읍니다.

 

 

*휴움(Thomas Ernest Hulme, 1883-1917):영국의 비평가,문인. 켐브리지에서 철학을 수학.에즈라 파운드를 중심으로 한 이미지즘 운동의 지도자이며 사상적 배경을 이루었는데 제1차 대전에 충정하여 전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