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겨울이야기..........로오렌스

바보처럼1 2007. 4. 22. 20:18

<겨울이야기>

       An Eoisode of the Winter

 

어제 들판은 흩어진 눈으로만 부옇더니

지금은 제일 긴 풀잎도 거의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발자국은 눈을 깊이 밟고

하얀 언덕 끝 솔밭으로 걸어 갔구나.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안개의 옅푸른 스카프가

어둔 숲과 희미한 유자빛 하늘을 가리었기에

그러나 그녀는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초조하고 차겁게

흐느낌 같은게 싸늘한 한숨에 스며들면서.

 

피할 수 없는 이별이 더욱 다가옴을 정녕 알면서도

왜 그녀는 그렇게도 선뜻 오고 마는 걸까?

언덕길은 험하고 나의 걸음은 더디구나ㅡ

내가 할 말을 알면서도 왜 그녀는 오는 걸까?

 

 

<신 부(新婦)>

        The Bride

 

내 사랑은 오늘밤 소녀 같다.

     그러나 그녀는 늙었다.

베게에 놓인 머리칼은

     금빛이 아닌

섬세한 은빛과 무서운 냉기로 꼬여있다.

 

그녀는 젊은 처녀 같다.

     눈썹이 부드럽고 아름답다.

뺨은 퍽이나 부드럽고 두 눈을 감아

     귀하고 예쁜 잠을 잔다.

조용하고 편안하게.

 

아니 신부처럼 잠을 자며 꿈을 꾼다.

     완전한 것을 동경하는

내 사랑은 꿈의 모습으로 마침내 누웠다.

     그리고 죽은 입이 노래한다.

맑은 저녁의 지빠귀 새 같은 입모양을 하고.

 

 

<피아노>

      Piano

 

황혼녘, 한 여인이 내게 부드럽게 노래한다.

노래는 세월의 먼 추억의 길로 날 인도하여

한 아이가 피아노 아래 앉아 있고

피아노의 울려퍼지는 소리와

노래하며 미소짓는 어머니의 균형잡힌 작은 발을 본다.

 

훌륭한 노래 솜씨는 나도 모르게

옛날로 데려가 내 가슴 울려준다.

일요일 밤. 밖은 겨울.

아늑한 방에 찬송가 소리.

고음의 피아노가 선창을 하고.

 

이제 검은 피아노의 아파소나타에 맞춰

가수가 소프라노를 뽑아도 감동이 없다.

내 어린날의 아름다움이 되살아나

추억의 홍수에 내 어른은 떠내려가고

나는 아이처럼 옛 추억으로 목놓아 운다.

 

 

*로오렌스(Daivid Herbert Lawrence, 1885-1930):영국의 소설가,시인.미천한 출신으로 은사의 부인과 도피 방랑하면서 노골 강렬한 성적(性的)묘사로 <아들과 연인><흰 공작><차탈레이 부인의 사랑>등 걸작소설을 씀.프랑스에서 폐병으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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