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이야기>
An Eoisode of the Winter
어제 들판은 흩어진 눈으로만 부옇더니
지금은 제일 긴 풀잎도 거의 보이질 않는다.
그러나 그녀의 발자국은 눈을 깊이 밟고
하얀 언덕 끝 솔밭으로 걸어 갔구나.
그녀는 보이지 않는다, 안개의 옅푸른 스카프가
어둔 숲과 희미한 유자빛 하늘을 가리었기에
그러나 그녀는 기다리고 있음을 안다, 초조하고 차겁게
흐느낌 같은게 싸늘한 한숨에 스며들면서.
피할 수 없는 이별이 더욱 다가옴을 정녕 알면서도
왜 그녀는 그렇게도 선뜻 오고 마는 걸까?
언덕길은 험하고 나의 걸음은 더디구나ㅡ
내가 할 말을 알면서도 왜 그녀는 오는 걸까?
<신 부(新婦)>
The Bride
내 사랑은 오늘밤 소녀 같다.
그러나 그녀는 늙었다.
베게에 놓인 머리칼은
금빛이 아닌
섬세한 은빛과 무서운 냉기로 꼬여있다.
그녀는 젊은 처녀 같다.
눈썹이 부드럽고 아름답다.
뺨은 퍽이나 부드럽고 두 눈을 감아
귀하고 예쁜 잠을 잔다.
조용하고 편안하게.
아니 신부처럼 잠을 자며 꿈을 꾼다.
완전한 것을 동경하는
내 사랑은 꿈의 모습으로 마침내 누웠다.
그리고 죽은 입이 노래한다.
맑은 저녁의 지빠귀 새 같은 입모양을 하고.
<피아노>
Piano
황혼녘, 한 여인이 내게 부드럽게 노래한다.
노래는 세월의 먼 추억의 길로 날 인도하여
한 아이가 피아노 아래 앉아 있고
피아노의 울려퍼지는 소리와
노래하며 미소짓는 어머니의 균형잡힌 작은 발을 본다.
훌륭한 노래 솜씨는 나도 모르게
옛날로 데려가 내 가슴 울려준다.
일요일 밤. 밖은 겨울.
아늑한 방에 찬송가 소리.
고음의 피아노가 선창을 하고.
이제 검은 피아노의 아파소나타에 맞춰
가수가 소프라노를 뽑아도 감동이 없다.
내 어린날의 아름다움이 되살아나
추억의 홍수에 내 어른은 떠내려가고
나는 아이처럼 옛 추억으로 목놓아 운다.
*로오렌스(Daivid Herbert Lawrence, 1885-1930):영국의 소설가,시인.미천한 출신으로 은사의 부인과 도피 방랑하면서 노골 강렬한 성적(性的)묘사로 <아들과 연인><흰 공작><차탈레이 부인의 사랑>등 걸작소설을 씀.프랑스에서 폐병으로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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