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Night
밤엔 들려온다 들어 본 적이 없는 소리가
알라신의 백번 째 이름이
모차르트가 죽을 때
미처 악보에 적어넣지 못한 팀파니의 소리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알라: 이슬람교의 유일,절대의 신(神)
<산딸기 숲>
Grove of Wild Berries
언젠가 와 본 적 있는 그 숲이
어제도 꼭 같은 모습으로 우거져 있다.
거미줄은 머리카락에 걸리고
나뭇가지는 얼굴을 스친다.
잎사귀에 반쯤 숨겨
월귤나무 열매 풀 사이에 열렸다.
난 얼마나 즐겁게 이 열맬 따먹었던가.
검붉은 그 물은 참 맛 있었다.
그런데 이제 동그란 그 열매의 파란 물을
다시 내 입 속에 녹여보니
그 달콤한 맛 속에 어렴풋이
쓰디 쓴 시간의 맛을 느끼겠다.
내 어릴적 즐겁게 놀던
언젠가 와 본 적이 있는 이 숲이
옛날 같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고
소나무들도 이젠 알아 볼 길 없다.
그냥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으로
이리 저리 할 일 없이 쏘다니던 곳
우거진 수풀 속에 딸기따는 아낙네가 무릎 꿇고
꽃줄기를 모조리 훑어 내린다.
*아이히(Gunter Eich, 1907- ): 독일의 현대시인이며 방송극 작가.새롭고 섬세한 이미지의 선택, 엄격한 언어, 생략을 통한 암시의 효과를 기교있게 다룬다는 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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