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명시

밤...........아이히

바보처럼1 2007. 4. 23. 21:50

<밤>

       Night

 

밤엔 들려온다 들어 본 적이 없는 소리가

알라신의 백번 째 이름이

모차르트가 죽을 때

미처 악보에 적어넣지 못한 팀파니의 소리가

어머니의 뱃속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알라: 이슬람교의 유일,절대의 신(神)

 

 

<산딸기 숲>

      Grove of Wild Berries

 

언젠가 와 본 적 있는 그 숲이

어제도 꼭 같은 모습으로 우거져 있다.

거미줄은 머리카락에 걸리고

나뭇가지는 얼굴을 스친다.

 

잎사귀에 반쯤 숨겨

월귤나무 열매 풀 사이에 열렸다.

난 얼마나 즐겁게 이 열맬 따먹었던가.

검붉은 그 물은 참 맛 있었다.

 

그런데 이제 동그란 그 열매의 파란 물을

다시 내 입 속에 녹여보니

그 달콤한 맛 속에 어렴풋이

쓰디 쓴 시간의 맛을 느끼겠다.

 

내 어릴적 즐겁게 놀던

언젠가 와 본 적이 있는 이 숲이

옛날 같은 모습으로 보이지 않고

소나무들도 이젠 알아 볼 길 없다.

 

그냥 시간을 보내는 즐거움으로

이리 저리 할 일 없이 쏘다니던 곳

우거진 수풀 속에 딸기따는 아낙네가 무릎 꿇고

꽃줄기를 모조리 훑어 내린다.

 

 

 

*아이히(Gunter Eich, 1907- ): 독일의 현대시인이며 방송극 작가.새롭고 섬세한 이미지의 선택, 엄격한 언어, 생략을 통한 암시의 효과를 기교있게 다룬다는 평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