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달같은 부채로도.........李 商隱

바보처럼1 2007. 7. 16. 19:21

<달같은 부채로도>

                  李 商隱

 

鳳尾香羅薄幾重  碧文圓頂夜深縫

봉미향라박기중  벽문원정야심봉

扇裁月魄羞難俺  車走雷聲語未通

선재월백수난엄  거주뇌성어미통

曾是寂廖金燼暗  斷無消息石榴紅

증시적료금신암  단무소식석류홍

只繫垂楊岸  何處西南待好風

반추지계수양안  하처서남대호풍

 

얇기도 얇은지고.

임께 받은 봉미라(鳳尾羅)로

 

벽문원정(碧文園頂)을

밤 새워 기웠거니

 

달같은 부채로도

여윈 얼굴 못 가리리.

 

뇌성인 양 수레를 몰아

오셔야 할 임이여!

 

촛불 꺼지고 외로움에 울던 일

한두 번 아니어니

 

누구 위해 석류(榴)처럼 붉은

이 치마 빛깔이뇨.

 

수양버들에 매어 둔

얼룩말 타고

 

어디 계시뇨, 서남풍 되어

임을 따르리.

 

 

*봉황라: 봉황의 무늬가 있는 엷은 비단.

*벽문원정: 결혼식에 쓰는 텐트, 그 속에서 교배의 의식을 올렸다.

*선재월백: 부채를 달모양으로 만드는 것. 漢의 成帝의 宮女 班(반첩여)가 사랑을 잃고 지은 노래에 <합위합환선 단단사명월>이라는 것이 있다. 월백은 달의 그늘지는 부분.

*수난엄: 여윈 얼굴을 가릴 수 없음이 부끄럽다. 東晉의 歌謠에 비슷한 표현이 있다. 중국서는 婚禮 때 侍童이 부채로 색시의 얼굴을 가린다.

*뇌성: 수레의 가는 소리를 형용한 것.

*금신: 화려한 초가 타다 남은 그루테기.

*석류: 술의 이름으로도 볼 수 있으나 치마 빛깔로 다루었다. 석류는 (산뽕나무 석)榴와 같음.

*반추:얼룩말.

*서남풍: 조식의 시에 <西南風이 되어 임의 품에 들어가겠다>는 것이 있다.

*대호풍: 좋은 소식 오기를 기다림.

*원제는 <無題>

 결혼준비를 해놓고 소식 없는 임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여성의 심리. 자기의 불우함을 이에 依託한 것이라는 설도 있으나, 설사 그렇다 하드래도 표현된 것은 여성의 怨情이니까 그것을 鑑賞하면 될 것이다. 여성의 세계를 그리는 그의 언어가 얼마나 艶艶하고 多彩로운가를 보라. 鳳尾香羅.碧文圓頂.扇栽月魄.金燼暗.石榴紅! 마치 신부의 방에서 느끼는 것과 같은 여성의 체후를 풍겨주는 말들이다. 거기다가 한 마디 한 마디가 다 고사의 배경을 갖는 간접적인 표현이어서, 전체가 달빛에 싸인 듯 몽롱한 분위기를 자아낸다.-이원섭 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