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명인으로 지정된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지만 김치종주국으로서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미 뛰어난 맛과 발효식품으로 그 효능이 입증된 김치의 세계화를 위해 더욱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그가 김치를 사업화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1986년. “호텔에서 식사를 하는데 종업원이 손님으로부터 김치 맛이 없다고 핀잔받는 것을 우연히 목격하게 됐어요. 그때 김치도 사업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의 ‘김치사랑’은 이렇게 시작된 것. 종업원 1명을 두고 시작한 사업은 하루에 15㎏을 생산하는 가내 수공업 수준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의 맛깔스런 김치는 곧 입소문을 타 주문이 밀려들었다. 김치를 먹을거리에서 산업으로 발전시킨 그는 이제 종업원 380명에 하루 생산량 120t에 달하는 한국의 대표적 김치 전문 회사로 키워냈다. 오늘이 있기까지 그에게도 수많은 난관이 있었다. “88년 장마로 공장에 물이 가득 차 납품할 김치 재료인 배추를 못 쓰게 됐죠. 새벽 3시에 배추를 구하려고 시장을 헤매고 다녔지만 썩은 것뿐이었어요. 하늘이 무너지는 절박한 심정에 반쯤 정신이 나가 돌아다니니까 시장 상인들이 말렸던 일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 가장 호된 시련은 2005년 말 터진 ‘중국산 김치’ 파동 때였다. 2003년 이후 480억원대 매출을 올리며 순항하던 김치 생산량이 하루 120t에서 20t으로 급감한 것. 일본과 미국, 유럽으로의 수출계약도 연이어 무산됐다. 하루하루가 전쟁이나 다름없던 그의 좌절은 오래가지 않았다. “기생충과는 무관한 우리 제품이 파동 여파로 큰 상처를 입어 허탈하고 억울한 심정이었지만 고객들의 신뢰로 다시 일어설 수 있었죠. 그때의 위기를 기회로 삼고 제품위생을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하며 김치의 고부가가치화에 중점을 두었어요.” 그러자 줄어들었던 매출도 다시 늘어나기 시작했다. 포장용 김치상품시장은 연간 2000억원 규모로 추정되는데 이 가운데 한성식품은 지난해 35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 목표액은 500억원이다. 이러한 성과는 김치를 생명만큼 아끼는 그의 끝없는 열정 때문이다.
‘김치세계화’를 목표로 하는 그의 하루 평균 취침시간은 기껏해야 3∼4시간에 불과하며 회사의 간판제품인 ‘정드린한성김치’를 비롯한 특허김치를 완제품으로 만들어내기까지에는 200회 이상의 실험을 한다. 재료와 환경, 양념의 배합 등 극히 미세한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로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하나의 제품을 생산하고 보완하고 재생산하고 모니터링하는 작업을 수도 없이 반복한다. CEO라기보다는 김치 연구가에 가까운 그는 이렇게 완성된 특허제품을 외국의 여러 박람회에 당당히 출품했다. 이 중 ‘깻잎양배추말이김치’와 ‘미니롤보쌈김치’는 2003년 세계천재회의에서 금상, 싱가포르 국제발명전시회에서 각각 금상, 동상을 수상했다. 올해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국제발명전에서는 ‘브로콜리김치’가 금상 및 특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허김치 개발동기는 의외로 단순했다. “바이어를 만나러 음식점에 갔는데 옆 테이블에 앉아 식사를 하던 외국인이 김치를 보자 기겁을 하더군요. 왜 그렇게 싫어하는지 물어보니 냄새가 심하고 너무 짜고 매워 못 먹겠다는 것이었어요.” 그래서 그는 서양인의 입맛에 맞는 김치를 만들어야겠다고 마음먹고 연구를 거듭해 자극과 냄새가 적은 퓨전 김치를 선보였다. ‘한성’은 지난해 건강식 ‘백년초 백김치’와 ‘포기김치’가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승인을 받았고, 올해 까다롭기로 유명한 미 국방부의 안전검사를 통과해 주한미군부대에 김치를 공급하고 있다. “타 김치 업체에서 수십 번에 걸쳐 미국 FDA 승인을 넣었지만 잘 안 되는 상황이라 노심초사했는데 한번에 승인을 받아냈어요.” 지난해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를 비롯한 미국 최대 유기농식품 쇼핑몰인 ‘홀 푸드 마켓’의 캘리포니아 매장에 입점하는 데도 성공했다. 지금은 다양한 특허 퓨전 김치를 러시아 시장에 내놓을 막바지 준비를 하고 있다. 그는 “건강에 좋은 기능성 김치, 젊은 세대를 위한 퓨전 김치, 세계화를 위한 표준화 김치로 우리 김치가 세계 제일의 식품으로 우뚝 서는 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황온중 기자 ojhwang@segye.com |
2007.05.20 (일) 19: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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