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지킴이

(47)'동래야류' 연출자 김경화씨

바보처럼1 2007. 8. 8. 20:55
▶한국의 名人◀ (47) `동래야류' 연출자 김경화씨
'동래야류' 연출자 김경화씨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8호인 '동래야류'의 연출자이자 전수조교를 맡고 있는 김경화(55)씨가 동래야류의 양반과장 가운데 모(毛)양반의 선보이고 있다.

  youngkyu@yna.co.kr (끝)

(부산=연합뉴스) 민영규 기자 = "조선시대에 반상의 차이가 있었다면 지금은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의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가진 사람의 잘못된 행태를 해학적으로 꼬집는 게 현대의 민속예술이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1967년 국가 중요무형문화재 제18호로 지정된 부산 '동래야류(東萊野遊)'의 연출자이자 전수조교를 맡고 있는 김경화(金慶華.55)씨의 말이다.

   부산 동래구 금강공원 내 부산민속예술관에서 개량한복 차림으로 취재진을 맞이한 김씨는 동래야류의 근.현대사적 의미를 익살스럽게 풀어나갔다.

   1952년 부산에서 태어난 김씨는 어릴 때부터 동네에 풍물패만 나타나면 뒤를 쫓아다니며 장구 장단을 익혀 '타고난 광대'라는 애칭을 갖게 됐다고 한다.

   그는 "'얼굴에 분장을 하고 남을 즐겁게 하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닌 광대라는 단어를 가장 좋아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동래야류 등 가면극은 조선후기 반상계급의 차별 등 사회모순을 해학적으로 표현해 민중에게 카타르시스를 일으키게 했다"면서 "가면극을 펼친 광대는 세상을 뒤집어보는 거울과도 같은 역할을 하는 등 사회에서 꼭 필요한 존재"라고 강조했다.

   서울예술대학에서 연극을 전공한 김씨가 동래야류와 30년이라는 긴 인연을 맺게 된 것은 197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학창시절 경기의 '봉산탈춤'을 접한 뒤 민족의 원형연극을 찾다가 고향인 부산에서 15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동래야류'에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동래지역의 들놀이'를 뜻하는 동래야류는 일제 강점기에 맥이 끊어졌다가 1965년부터 본격 복원되기 시작했다.

   동래야류의 구성은 길놀이와 군무에 이어 탈놀음인 ▲문둥이 과장 ▲양반 과장 ▲영노 과장 ▲양반할미 과장으로 나뉘며, 뒤풀이로 마무리된다.

   이 가운데 '문둥이 과장'은 양반도 평민과 같이 생로병사(生老病死)에 따른 애환을 겪는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탈춤이다.

   '양반 과장'은 원양반과 차양반, 모양반, 넷째양반, 종가도령으로 구성돼 있는데 '말뚝이'라는 하인의 재담을 통해 양반답지 못한 양반의 허구를 폭로하는 한편 조롱하는 동래야류의 하이라이트다.

   '영노 과장'에는 99명의 양반을 잡아먹은 괴물인 '영노'가 등장해 양반을 한 명만 더 잡아먹으면 승천한다는 내용으로 구성된다.

   '양반할미 과장'은 조선시대 처첩 간의 갈등과 폐단을 다룬 탈춤으로 늙은 양반과 아내인 할미, 젊은 첩이 벌이는 3각 관계를 해학적으로 풀어나간다.

   김씨는 '양반 과장'의 모(毛)양반의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개털로 만든 모자와 방울이 달린 가면을 쓰고 "개, 개, 개, 개"를 외치며 덩실덩실 춤을 추는 이 탈춤은 행실이 좋지 않은 양반인 '개잘량'을 강렬하게 표현하는 대목이다.

   특히 코의 한쪽 가장자리만 가면에 붙어 있어 남자의 성기를 상징한다고 김씨는 소개했다.

   30년째 동래야류에 예술혼을 불어넣고 있는 그는 "춤을 추고, 소리를 하면서 들에서 놀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것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무아지경'에 빠져 내면적인 카타르시스를 맛보게 된다"면서 "이제는 팔만 벌리고 있어도 춤이 된다"고 눈을 지그시 감았다.

   김씨는 동래야류의 연출방향에 대해 "동래야류의 원형을 찾아 후배에게 제대로 전달해 맥을 잇는 것"이라고 잘라 말한 뒤 "전통은 살리되 현대인과 호흡할 수 있는 민속예술을 만들어가는 것이 연출자의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가 매년 봄과 가을에 한차례씩 동래야류 정기공연을 선보이는 한편 매주 일요일에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문화학교를 개설하는 이유다.

   김씨는 또 동래야류의 현대적 의미를 묻는 질문에 "동래야류가 활발하게 공연되던 조선후기는 반상의 차이가 있었다면 자본주의가 고도로 발달한 현대는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 사이의 차별이 있다"면서 "가진 사람의 잘못된 행실을 해학적으로 꼬집어 다수의 서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주는 게 현대 민속예술이 해야 할 일"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youngky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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