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책꽃이]⑫정진구 CJ푸드빌 대표 | ||
"독서는 고객 마음을 읽는 지름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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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인 낙천주의자=서울 대치동사거리에 CJ 푸드빌 3층 정 대표의 사무실은 열려 있었다. 직원들이 근무하는 넓은 사무실과 안쪽에 있는 그의 방을 나누는 경계는 없었다. 문이 없는 대표실은 처음 찾아가면서도 노크할 필요가 없었다. 근무하는 사원은 물론 낯선 이도 주저함이 없게 만드는 묘한 힘이 느껴졌다. 신입사원과 대표를 가리지 않고 ‘님’을 붙여 호칭하는 게 뿌리내린 때문인지 동석한 직원도 마냥 편한 모습이었다.
정 대표의 집무실에 들어서며 놀란 일이 또 있었다. 그는 음식점 종업원들이 입는 옷차림으로 만면에 웃음을 짓고 있었다. “직원들이 입을 유니폼을 먼저 입어보고 있습니다. 실용화하기 전에 잠재적 고객들의 반응을 알아보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저는 일종의 실험용입니다.” 고객과 직접 접촉하는 시간이 많은 이 외식업체의 대표는 웃음 띈 얼굴이 체질로 굳어진 듯했다.
그러나 마냥 미소를 지닌 장년 CEO로 그를 상상하는 것은 큰 착각이다. 60세가 넘었지만 스트레스를 느끼거나 상쾌한 기분 충전을 위해서 운전를 즐기는 드라이브 마니아이기도 하다. 미국에 있을 때는 미국인들과 함께 스포츠카를 즐기며 속도의 쾌감을 느끼기도 했다. ‘자동차광’으로 ‘자유인’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는지 모른다.
한국에 와서도 토요일 새벽이면 차를 몰고 동해안으로 훌쩍 떠나곤 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사는 두 아들에게 달려가 ‘레이싱’을 하고픈 욕망도 간혹 느낀다. 그러나 자신이 있는 곳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아름다운 삶인 것 같아 현재에 만족한다. CJ 푸드빌 대표를 맡은 뒤에는 직접 운전하지 않고 있다.
몇 해 전 위를 자르는 수술을 한 뒤 병원에서 자극적인 음식을 먹지 말고 술과 담배, 커피를 끊으라고 했다. 건강 전문의가 듣게 되면 불편하게 여기겠지만, 그는 의사의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건강을 유지했다. “커피 회사와 외식업체 사장인데 술과 커피를 하지 않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이스크림과 커피 맛을 알 때까지 꾸준히 먹고 마셨습니다. 그러나 지금 건강합니다. 긍정적인 자세를 유지한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직원은 파트너=일에서 겸손은 그에게 최고의 미덕이다. 그는 근무시간의 절반 이상을 매장에서 지낸다. 점포를 돌아다니며 가맹주를 독려하고 파트너들의 사기를 진작하기 위해서다. 간혹 서비스 업계와 관련된 책을 출간하자는 제의가 있어도 매번 거절하는 것도 현재에 최선을 다하기로 한 다짐 때문이다.
그러려면 같이 일하는 동료와의 파트너십이 중요하다. 미국 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는 여전히 직원들에게 하대하지 않는다. 스타벅스 등 외국계 기업에 있을 당시만 해도 그는 동료를 지칭할 때 ‘파트너’라는 호칭을 자주 썼다.
그는 프랜차이즈 업계의 성공적 신화의 대명사로 불릴 만하다. 아이스크림 산업이 뿌리내리기 이전인 1985년 당시로는 고급 아이스크림 ‘베스킨라빈스’를 국내에 들여왔다. 빙과류는 여름에나 먹으면 되고, 또 몇 배나 비싼 값으로 매겨진 고급 아이스크림이 성공할 리 없다며 주변에서는 만류했지만, 그는 과감히 사업에 뛰어들어 성공신화를 만들어냈다.
삶의 순간과 시간의 조각들이 의미와 존엄성으로 새겨지도록 노력하는 이에게 실패나 성공에 대한 저울질은 중요해 보이지 않았다. 어떤 일을 선택하는 자유는 제한적이지만, 적어도 그에게 그 일을 어떤 태도로 임할 것인지에 대한 자유는 열려 있었다. 정 대표는 자기가 하는 일 안에서 법칙과 방법을 체계화한 진정한 지식인이었다.
책은 고객 이해의 지름길=열정을 가진 그가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머리맡에 두고 보는 두 권의 책이 있다. 조계종 종정 성철 스님의 수행 모습과 일화를 담은 구도 소설 ‘산은 산 물은 물’(민음사)과 베트남 승려 틱낫한의 에세이 ‘화’(명진출판)가 그것이다. “좋은 책은 여러 번 읽어도 질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게 두 책은 스스로 마음을 다스리는 법을 가르쳐 줍니다. 잔잔한 여유가 필요할 때 반복해서 읽는 책들이지요.”
그러나 CEO인데 마냥 평화로운 기분을 위해 책을 읽지는 않을 터다. 삶의 활기를 위해 읽었던 책이 몇 해 전 읽은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21세기북스)였다. 외식사업은 ‘긍정적인 사고와 ‘열정’이 성공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격려하고 칭찬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통계에 의하면 자신이 남을 칭찬하는 편이라고 말한 사람은 약 70%이지만, 남이 자신을 칭찬한다고 여기는 이들은 20%에 불과합니다. 인식의 차이도 있고 칭찬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이죠.”
최근에 읽는 책 중 ‘블루오션 전략’(교보문고)은 단연 압권이었다. 살벌한 경쟁의 ‘레드 오션’ 시장에서 벗어나 경쟁이 없는 ‘블루오션 시장’으로 나아가는 글로벌 시대에 살아남는 생존비결을 담은 책이다. “블루오션 전략은 CJ 푸드빌의 방침과도 부합됩니다. 외국계 외식업체가 넘쳐나는 현실에서 우리는 한국식 패밀리 레스토랑 ‘한쿡’을 개발해 미국과 유럽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고, 면요리 전문점 ‘씨젠’으로 고객들의 감동을 사고 있습니다.”
고객을 직접 접하는 정 대표에게 독서는 고객에 대한 봉사와 시장에 대한 이해로 통한다. 이해의 수준을 높이려면 장르에 상관없이 독서는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세상을 바꾸려 하지 말고 나를 바꾸라’고 주장한 앵커 백지연의 ‘자기설득파워’(랜덤하우스중앙)은 사업을 하는 데 중요한 도움을 주고 있다.
비즈니스 세계는 한마디로 ‘융합의 세계’이며, 사업 세계에서 성공이란 결국 고객에 대한 이해와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그러고 보면 가맹점 업계의 ‘미다스’의 신으로 불리는 정 사장은 ‘고객’을 누구보다도 먼저 읽어냈던 것이다. 고객의 욕구, 심성, 습관을 누구보다 먼저 파악하고 꾸준히 관찰한 덕택이다.
시장 흐름과 늘 함께 변화해야 하는 서비스 업종의 특성상 그에게 읽는 것처럼 중요한 것도 없다. 그는 시간이 나면 틈틈이 신문과 잡지, 책을 읽는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것들만이 아니다. 뉴욕타임스와 워싱턴 포스트 등의 음식 관련 특집 정보는 물론 ‘음식점(레스토랑)’ 등 해외의 유명 잡지를 통해 해외 시장의 흐름을 파악한다. ‘고객을 읽자’는 각오는 단순히 결심만으로 되는 게 아니고 치열하게 현장을 살피는 과정 속에서 이뤄지는 것이기 때문이다.
씨젠, 스카이락, 빕스, 한쿡, 델쿠치나 등 9개 브랜드를 갖고 있는 CJ 푸드빌은 2개월에 한 번씩 지점장 회의를 열고 리더십 관련 책을 읽고 토론한다. 그룹에서 운영하는 교육센터 인재원에 비치된 책을 온라인으로 대출해 읽는 직원들도 늘어가고 있다. 이 중 직원들과 함께 정 대표가 찾은 책은 ‘내가 1000마일을 달려가 고객을 만나는 56가지 이유’ (한국경제신문사) 와 ‘너의 무대를 세계로 옮겨라’(위즈덤하우스), ‘경영천재가 된 그레이의 성공노트’(삼진기획) 등이었다.
글 박종현, 사진 신현경 기자 bali@segye.com
외국계 외식 브랜드를 국내에 들여와 업종 대표 회사로 키우며 신규 브랜드를 시장에 진입시키는 귀재였다가 토종 브랜드의 CEO로 자리를 옮긴 것이다. 이제 그의 관심사는 토종 브랜드의 해외 진출이다. “은퇴 전에 한국 음식의 세계화를 이루고 싶습니다. 한국은 음식문화에선 ‘우물 안 개구리’입니다. 대부분 교포나 여행자를 대상으로 하는 외국의 한식당은 이제 현지 사람들을 대상으로 마케팅해야 할 때입니다.” |
2005.04.25 (월) 17: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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