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책꽂이

(14) 유한양행 차중근 사장

바보처럼1 2007. 7. 24. 12:45
 
[CEO책꽂이]⑭ 유한양행 차중근 사장
경영서적 다독… '변화경영' 채찍질
 ◇유한양행 차중근 사장은 젊은 직장인에게 “자기계발에 힘쓰고 실천하는 자세를 가지라”고 조언한다.
어찌 보면 ‘큰 기업’보다 ‘좋은 기업’ 되기가 더 어렵다. 많은 기업이 윤리경영을 외치지만 실제로 실천하는 곳은 많지 않다. 이익 앞에서 기업윤리는 뒤로 밀리기 쉽기 때문이다. 유한양행은 1926년 창립 이후 고지식하게 윤리경영과 사회환원을 실천하고 있다. 직원수는 1150명 정도이지만 늘 ‘존경받는 기업’에 꼽히는 ‘큰’ 회사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 완수’라는 고 유일한 박사의 경영이념은 그가 타계한 후에도 전문경영인에 의해 대물림되고 있다. 차중근(60) 사장도 이 같은 창업이념을 고집스레 지켜내고 있는 기업인이다. 그는 지난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가’ 43위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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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넓게 읽고 깊게 생각한다

차중근 사장은 30년간 단계를 밟아 지금의 자리로 올랐다. 그의 성공 비결은 ‘실천’이다. “자기계발이든 리스크 관리든 성실하게 모든 것을 했습니다. 정성껏 일하면서 실천했죠.”

차 사장은 다독을 하기로 유명하다. 동국대 상학과 재학 시절부터 경영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다. 워낙 관련된 책을 많이 읽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책을 정독하지 않는다. 서문을 먼저 읽고 저자가 강조하는 부분이 무엇인지 찾아서 해당 부분을 보는 식이다. “책을 읽다보면 99%는 겹치는 부분이 많아요. 나머지 다른 1%만 보면 되지요.”

최근 그가 읽은 책은 ‘피터 드러커, 실천하는 경영자’다. “실천에 중점을 두라고 말하는 책이죠. 방대한 사례를 들어 경영 전반을 쉽게 설명하고 있어요. 이제는 피터 드러커도 나이가 들었구나 싶을 정도로 요약돼 있죠. 인사와 조직, 환경 변화 등 그간 배워온 것들을 머릿속에서 정리할 수 있게 해줍니다.”

그는 읽다가 마음에 드는 책이 있으면 임직원들에게 책을 사주거나 목록을 전달한다. ‘100년 기업의 조건’(메리 우어·케빈 케네디), ‘실행에 집중하라’(래리 보시디·램 차란), ‘2010 대한민국 트렌드’(LG경제연구원), ‘10년 후 한국’(공병호) 등은 그가 읽고 직원들에게 권한 책이다.

회사가 발전하려면 인재 양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는 변화하는 시대에 맞춰가려면 자기계발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를 위해 유한양행이 도입한 것이 ‘독서통신교육’이다. 차 사장은 여기에 학점이수제를 도입했다. 교육 결과는 인사에도 반영된다. “공부는 반강제로라도 하게 만들어야 하고, 자기계발을 해야 생각도 달라진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베트남 승려 틱낫한의 ‘화’는 합의 도출에 적용할 수 있는 책이다. 그는 “성직자들이 갖고 있는 나름의 철학을 사회에 적응하면 좋다”고 말한다. “충돌을 피할 수 있는 5가지 조건이 나옵니다. 책은 모든 사람이 다 자기 얘기를 하게 만들어 주라고 말합니다. 자기 잘못을 반성하고, 남에게 이야기하게 만드는 겁니다. 그후 공약수를 찾고 합의를 도출하라는 거지요.”

그는 바쁜 와중에도 짬짬이 틈을 내서 독서를 한다. 휴일이나 점심식사 후 주로 책을 읽는다. 일과 중에도 머리를 식히기 위해 책을 펴는 때가 있다. 읽다가 감명을 받은 부분은 전 직원에게 메일로 보내주기도 한다. ‘2막’(스테반 M 폴란·마크 레빈)을 읽고 난 후 가슴에 남는 구절을 직원들에게 전송했다.

차중근 사장은 겸손하다. 스스로 평범한 사람, 내세울 것 없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리가 높아질수록 자신을 더 낮춘다. “사람이 완전한 것은 있을 수 없습니다. 좀더 나아지려고 노력할 뿐이지요.”

# 기업은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조직이다

유일한 박사는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 도움을 주자’는 이념으로 회사를 설립했다. 이런 창업이념은 69년간 연속 흑자배당, 30년 무파업이라는 경이적인 기록을 가능하게 했다. 유일한 박사는 전 재산 사회환원 외에도 업계 최초의 기업공개, 종업원 지주제, 전문경영인 체체를 도입한 기업인이었다.

“유일한 박사는 이제서야 기업들이 하려고 하는 ‘기업가치’를 79년 전부터 내세운 분입니다. 설립자의 정신을 잘 보전해서 큰 회사보다는 좋은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입니다.”

‘정직한 기업’이라는 이념 아래 유한양행의 모든 직원은 똘똘 뭉쳐 있다. 유한양행은 1936년 주식회사 전환 때 국내 최초로 종업원에게 주식을 나눠 주는 종업원지주제를 시행했다. 98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임원이 아닌 일반 직원을 대상으로 스톡옵션을 도입했다. 지금도 사장과 노조가 매주 한 차례 전화로 대화를 나누고, 분기별 실적보고나 사업계획 심의 등에서 노사가 함께한다. 덕분에 75년 노조가 설립된 후 30년 동안 무분규 기록이 이어져 오고 있다. 차 사장은 “노사 관계는 힘을 바탕으로 한 일방적 관계가 아니라 상생을 전제로 한 공동운명체”라고 말한다.

경영은 여럿이 참여하는 것이다. “사람 인(人)을 보면 알 수 있지요. 사람은 혼자서는 살 수 없어요. 같이 협업해야 합니다. 대화도 하고 상대의 말을 경청해야 하죠. 모든 이들이 이해하고 동참하도록 만들기 위해서는 대화와 설득의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는 원칙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어느 조직이나 지켜야 할 규칙이 있습니다. 이를 지킨다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야 사고가 나지 않습니다. ‘기본으로 돌아가라(Back to the Basic)’는 것은 경영에서도 통합니다. 만약 원칙을 바꿔야 한다면 합의를 통해서 해야지요. 혼자서 정하면 안 됩니다.”

CEO는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가. 그는 솔선수범하고 성실해야 한다고 말한다. 남에게 신뢰를 받아야 하고, 성품도 좋아야 한다. 아는 것도 많아야 함은 물론이다. “나 자신을 낮추고 겸손하려고 합니다. 또 넓게, 멀리 보려고 애씁니다.”

그는 젊은 사람들에게 ‘근면하라’고 조언한다. “앞으로 세계는 하나가 될 겁니다. 성실해야만 경쟁에서 이길 수 있고, 정직해야 남들이 자신을 인정해줍니다. 정보의 흐름이 자유로워질 때를 대비해 지식과 기술을 많이 알아야 합니다. ‘끼’와 열정을 가질 것, 관용과 사랑을 베풀 것도 강조하고 싶습니다.”

그는 누구인가

1971년 유일한 박사가 타계한 후 유한양행을 맡아온 사장들은 모두 평사원 출신이다. 차중근 사장도 74년 평사원으로 유한양행에 입사해 경남 마산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영업, 본사 관리직, 공장 관리 등을 차근차근 거쳐 2003년 지금의 자리에 올랐다. 그는 “나도 월급을 받는 고용사장”이라며 “여느 직원들과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그는 당초 공부를 계속하기 위해 대학원에 진학했지만 군입대 문제로 학업을 중단했다.

안일함과 나약함에 빠지는 자신을 다잡기 위해 베트남전에 지원한 것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다. “나 자신을 되돌아 보고 강인해지기 위해 베트남전에 참전하게 됐어요. 전쟁을 통해 사람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습니다.”

차 사장은 은퇴 후 부인과 함께 세계 곳곳의 가톨릭 성지를 돌아다니며 찍은 사진과 소감을 인터넷에 올리고 싶은 소박한 꿈을 갖고 있다.

글 이보연, 사진 이제원 기자 byabl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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