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책꽂이

(13) 이용경 kt 사장

바보처럼1 2007. 7. 24. 12:43
 
【CEO책꽃이】⑬이용경 KT 사장
'독서경영'으로 직원들과 소통
최고경영자(CEO)라고 하면 틀에 박힌 모습을 떠올리기 쉽다. 언제나 이성적이고 냉철한 판단을 내리는 정형화된 모습이 일반적인 경영자의 모습이다. KT 이용경(62) 사장은 틀에 박히지 않은 CEO다. 직원 3만8000명이 속해 있는 거대 기업의 총수지만 근엄하기보다 친근했다. 전문 경영인이 아니라 기술을 전공한 엔지니어로 출발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이 사장은 테크노 CEO지만 그렇다고 기술에 치우치지 않고 문화에도 폭넓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 책으로 소통한다

이용경 사장은 책을 ‘닥치는 대로 읽는 편’이다. 여느 CEO처럼 경영서나 경제서를 많이 읽지 않는다. “경영에 도움이 되는 책은 딱딱하기 때문에 즐겨 읽지 않습니다. 직원과 소통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을 주로 읽죠.”

“책은 영화나 다른 매체와 달리 생각할 여지를 주잖아요. 사고 훈련에 책만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아요. 이야기 전개가 곧 생각의 과정이니까요.”

그는 임원들이 매월 지정도서를 1권 이상 읽고 보고서를 제출하도록 하는 ‘독서경영’을 도입했다. 때때로 임직원들에게 책을 추천하고 선물하기도 한다. 지난해 추석 연휴에는 전 직원에게 보낸 이메일 퀴즈에 응답한 사원 1000명에게 ‘총각네 야채가게’(김영한·이영석 지음)를 선물했다. ‘미스터 초밥왕’(데라사와 다이스케 지음) ‘프로페셔널의 조건’(피터 드러커 지음) ‘민들레영토 희망스토리’(김영한·지승룡 지음) 등이 그가 임원들에게 권해준 책이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이 사장의 책꽂이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성경’이다. 예수의 지도력을 분석해 현대화된 경영철학으로 제시한 ‘최고경영자 예수’(로리 베스 존스 지음)도 생각할 바가 많은 책이었다.

“예수님이 제자를 훈련하셨잖아요. 그가 제자를 위해 특별한 무언가를 준 것도 아닌데 제자는 목숨까지 바치며 스승을 보필해요. 이는 경영에서 시사하는 바가 큽니다. 좋은 회사는 돈을 많이 준다고 되는 것이 아닙니다. 인재경영, 학습경영이 왜 중요한지 깨우쳐주는 책입니다.”

젊은 시절 읽은 ‘인간의 조건’(앙드레 말로 지음)은 아직도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책이다. 그는 ‘삼국지’도 손꼽는다. ‘CEO 안철수,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안철수 지음)도 흥미롭게 읽었다. 공상과학 책도 즐겨 읽는다. ‘과학과 기술을 아는’ 마이클 크라이튼은 그가 좋아하는 작가다.

그는 지금 ‘로마인 이야기’(시오노 나나미 지음)를 읽고 있다. ‘예전에 배웠던 역사를 다시 공부하는 기분’으로 보고 있단다. “로마의 공화정 정치체제, 경영 시스템, 국가운영 철학 등 1000여년을 지탱한 나라의 힘이 어디서 왔는지 이해할 수 있습니다.”

# 감성 조화된 테크노 CEO

이 사장은 영화를 즐겨 본다. 바쁜 틈에도 시간을 쪼개 집 근처 극장을 찾는다. 최근 부인과 함께 본 영화는 ‘밀리언달러 베이비’(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다. ‘말아톤’(정윤철 감독)은 임원들과 함께 봤다.

이용경 사장은 감성경영을 중시한다. 경영자와 직원이 감정적으로 연계돼야 한다고 믿는다. 이를 위해 권한을 위임하는 ‘작은 조직’을 지향하고, 그 매개로 임원을 활용한다. 지난해 말에는 임원들과 함께 서태지 콘서트장을 찾기도 했다. 최근에는 리움미술관을 함께 돌아보고 문화를 공유했다.

나이 육십을 넘겼지만 그는 젊다. 젊은이의 문화도 적극적으로 즐기고 수용한다. 그가 좋아하는 가수는 김건모. 노래방에서는 클론의 ‘쿵따리 샤바라’를 부른다.

그는 직접 블로그(blog.paran.com/lyk)를 개설해 관리하며 네티즌과 소통을 꾀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를 활용해 기존의 딱딱하고 무거운 기업 총수 이미지를 벗고 싶었다”는 것이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다. 블로그에는 연애 시절 이야기, 노모와 장인 장모에 대한 효심 등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경영철학, 과학기술 단상 등이 들어차 있다.

최근 그가 ‘인터넷 종량제’에 관해 올린 글에는 이를 비판하는 댓글이 순식간에 수백건 달렸다. 그는 댓글을 올린 네티즌 중에서 연락처를 적었던 1명에게 직접 연락해 아침식사를 함께하며 의견을 나눴다. 내용의 찬반을 떠나서, 기업 CEO가 네티즌과 직접 소통할 수 있음을 보여준 일이었다.

# 변화를 즐긴다

그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오히려 새로움을 즐긴다. 1960년대 초 대학에 진학할 때 인기가 높았던 화학공학이나 섬유공학 대신 생소하던 전자공학을 택했다. 안정적인 수입과 미래를 보장받을 수 있던 벨연구소를 나와 KT로 자리를 옮겼다.

“비전을 가져야 합니다. 남보다 앞선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해요. 저는 남들이 잘 안 하던 전자공학을 택했고, 대학 졸업 후 생소했던 광통신을 연구했어요. 광통신은 아직도 발전하는 분야죠. 평범한 사람들은 남들이 뭘 하나 살펴봅니다. 그런데 친구, 주변사람에 맞춰서는 앞설 수 없습니다.”

연구소에서 살벌한 경영현장으로 나오면서 어려움이 있었을 법한데 자신만만하다. “정보기술(IT) 쪽 CEO는 기술을 많이 알아야 한다는 점에서 유리합니다. 물론 조직·재무 쪽으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하죠. 그렇지만 또 한편으로는 하면서 배우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용경 사장은 “직원에게는 비전을 심어주겠다”고 말한다. “희망을 기반으로 동기가 생기는 겁니다. 금전적인 보상이나 승진도 중요하지만, 비전이 없다면 직원의 사기는 오를 수 없습니다. 항상 발전하는 회사로 만들 겁니다.”

성공 비결을 물었다. “내가 선택한 일은 재미있게 했습니다. 나는 내가 KT 사장이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세상의 기준으로 성공을 측정할 수는 없는 것이니까요. 자신이 스스로 판단할 때 성공했는지 여부가 중요한 것이지요.”

글 이보연, 사진 이제원 기자 byable@segye.com

그는 누구인가

이용경 사장은 성공한 ‘테크노 CEO’의 전형으로 평가받는다. 1967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후 24세 때 미국으로 건너가 24년간 그곳에서 지냈다. 미국 UC버클리대 전자공학 박사 출신으로 미국 일리노이주립대 교수, 엑손, ATI 벨연구소 등의 연구원을 거쳤다. 1991년 KT에 입사해 책임연구원을 거쳐 연구개발본부장으로 일했다. 2000년 KTF 사장을 지냈고, 2002년 마침내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의 CEO로 올라섰다.

그는 변화와 혁신을 중심에 두고 KT의 체질 개선에 돌입했다. 거대 기업을 날렵한 조직으로 만들기 위한 노력은 어느 정도 성과를 거뒀다. 6만명에 이르던 직원은 3만8000명으로 줄었고, 공기업 문화에 젖어 있던 임원들은 경쟁에 내몰렸다.

엔지니어 출신인 그는 ‘기술 지상주의’를 펼친다. “시간이 걸릴지라도 결국 기술이 해답을 제시한다”는 것. 그는 “네트워크를 통해 가치를 창조하는 역할을 KT가 하겠다”고 장담한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EO의 책꽂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15)동양기전 조병호 회장  (0) 2007.07.24
(14) 유한양행 차중근 사장  (0) 2007.07.24
(12) 정진구 cj푸드빌 대표  (0) 2007.07.24
(11) 포스코 강창오 사장  (0) 2007.07.24
(10) 벽산 김재우 사장  (0) 2007.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