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책꽂이

(11) 포스코 강창오 사장

바보처럼1 2007. 7. 24. 12:40
【CEO책꽂이】포스코⑪ 강창오 사장
"독서야말로 기업경쟁력의 초석”
'혁신 방정식'읽고 스피드 경영 굳혔고
'잭웰치 끝없는 도전…'선 경량경영 배워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가 보고 싶어하는 것만 보려고 한다.

세계사를 달군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남긴 이 말은 인간의 한계를 제대로 짚어낸 표현이다. ‘군주론’을 쓴 마키아벨리도 “인간은 흔히 작은 새처럼 행동한다. 눈앞의 먹이에만 정신이 팔려 머리 위에서 매나 독수리가 덮치려 해도 깨닫지 못하는 참새처럼 말이다”며 보편적 인간의 심리를 꿰뚫었다. 이렇듯 사람은 미래보다는 현재에 충실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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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성공의 언저리에 이름을 남긴 이들은 이 범주에서 벗어나는 경우가 많다.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지는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이라면 더욱 그렇다.

‘산업의 쌀’인 철강 생산을 진두지휘하는 포스코의 강창오 사장도 그런 인물이다. 이구택 회장과 함께 ‘철강제국’ 포스코를 이끌고 있는 강 사장은 언제나 미래로 시선을 둔다. 포스코의 ‘파이넥스(FINEX)’ 설비 착공은 강 사장의 미래형 시각을 돋보이게 한 작품이었다. 파이넥스 공법은 기존 고로(高爐) 기술과 달리 생산 공정을 단축해 원가 절감과 환경오염물질 배출량 감소를 이끈 신기술이다. 이 친환경 제철 기술은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2004년 8월 중순 포스코의 파이넥스 설비 착공식이 알려진 뒤 블룸버그와 다우존스 등 언론이 세계 철강 기술 발전에 일대 전기가 마련됐다고 보도한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포스코가 10년에 걸쳐 순수 개발한 파이넥스 기술이 지난 100년간 사용한 용광로를 대체하는 획기적인 기술이라는 평가까지 덧붙여졌다.

포스코가 용광로의 역사를 새롭게 새긴 신기술을 개발한 것은 강 사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가 일본 근무를 마친 뒤 포항제철소 소장으로 돌아온 1998년 당시 회사 분위기는 파이넥스 개발 중단 여론이 지배적이었다. 포스코 연구진이 기초조사를 끝낸 상황에서 800억원 넘게 연구비를 투자했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결코 연구·개발 중단은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국내 1등이지만 최대 철강생산국인 일본과 신흥 철강강국인 중국의 위협을 극복하기 위해서 신기술 개발은 긴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각종 자료를 모아 회사 최고경영진을 설득했다.

연구·개발 지속 확약을 받아낸 그는 2003년 포스코의 최고책임자가 됐다. 대기업 CEO로는 흔치 않게 CTO(최고기술 책임자)를 겸임하는 강 사장은 현장에서 기술 개발 의지를 다졌다.

서울에 근무하면서도 본사인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를 일주일에 2∼3일은 찾고 있다. 현장에 가면 CTO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드러낸다. 연구진과 기술 개발을 놓고 열띤 토론을 벌였고, 곧잘 작업복을 입고 쇳물이 흘러나오는 생산현장을 챙겼다.

그러나 불투명한 미래에 시간과 열정을 투자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포스코는 단순한 하나의 기업이 아닙니다. 국가경제의 든든한 버팀목이지요. 최근 원가 경쟁력을 무기로 중국이 추격해 오고, 최고의 철강기술을 보유한 일본이 우리를 압박해 오고 있습니다. 포스코와 한국은 확실한 기술 리더십 확보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열정 덕분인지 몰라도 포스코는 각종 조사에서 우수 기업으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 미국의 경제경영 전문지 포천이 ‘올해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철강기업’으로 선정했으며, 올해도 한국능률협회가 조사한 ‘가장 존경받는 국내 기업 부문’에서 2위에 올랐다.

포스코의 위상은 미래를 위해 시장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강 사장의 기업경영 방침과도 맥이 닿아 있다. 강 사장에게 기업은 끊임없이 혁신해야 하는 대상이다. 이 철학은 미국 경영컨설팅 회사의 사장이었던 재클린 버드와 폴 락우드 브라인이 함께 지은 ‘혁신 방정식’(The Innovation Equation)을 읽고 난 뒤에 굳힌 생각이다. “변화와 혁신은 피할 수 없는 시대정신입니다. 세계적인 경쟁시대의 기업가는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위험감수 정신을 가져야 합니다.”

변화에 앞장서는 기업가 정신은 최근의 철강업계 현실을 고려할 때 더욱 필요하다. 특히 ‘스피드 경영’이 바탕이 될 때 기업의 생존 가능성은 더욱 높아진다. “누구나 알고 흉내 내는 것은 필요없습니다. 이제는 얼마나 빨리 행동하느냐가 중요하지요.” 행동이 중요하다는 그는 제철소 현장의 팀장급 직원 300∼400명에게 종종 혁신 관련 책을 선물한다.

‘잭 웰치 끝없는 도전과 용기’(청림출판)도 독서목록에 적극 추천한다. “경영층이 두꺼워서는 안 됩니다. 이제 기업은 벽 없는 조직을 만들며 앞서가야 합니다. 경영의 경량화를 달성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 저자들이 저술한 책과 함께 공병호의 ‘10년 후’ 시리즈를 재미있게 읽었다. 한국의 회사원들이 쉽게 접하기에 이만한 책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책의 일부 설명에는 견해를 달리한다. “공병호씨는 향후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개발되지 않은 자원이 많아 활용하면 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자원 민족주의 강화로 자원이 부족한 나라는 어려움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 각종 국제분쟁도 사실 자원갈등에 뿌리를 둔 측면이 많습니다.”

CTO 출신이기 때문일까. 그는 다른 기업의 경영자들에 비해 유독 기술과 과학 관련 책을 잘 찾는다. 최근 접한 ‘이공계 살리기’(사이언스북스)는 이공계 기피현상을 신랄하게 비판한 책이라 가슴이 다 시원했다. 일본 책이지만 한국 환경에서 도움이 될 내용도 많았다. 일본에서 이공계 출신은 평생 봉급이 인문계 출신에 비해 평균 5억원 정도 적어 집 한 채는 손해 보고 시작한다는 설명은 다름 아닌 한국 이야기였다.

일본을 통해서 한국의 상황을 파악하고 배운다는 것은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인가 보다.

조지 길더가 쓴 ‘텔레코즘’(청림출판)은 저자의 미래에 대한 예언자적 전망이 도드라진 책이었다. “기술을 다루고 미래를 전망하는 책들은 중간 중간 펼쳐 봐도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 많습니다.”

독서와 연구를 좋아하는 강 사장의 모습은 적어도 포스코 직원들에게는 낯설지 않다. 그는 포스코 내에 ‘학습조직(Learning Organization)’을 도입해 각 기업체에 성공적 사례를 제시했다. 상무 시절인 1997년 도쿄연구소장으로 부임해 각 부문의 파견 직원들과 1주일에 1회 이상 전문지식과 현안과제를 토론하며 공부하는 문화를 조성했다. 도쿄에 근무하는 직원들이 전철과 기차에서 스포츠신문을 보던 시절에 강 사장은 어학 테이프에 귀 기울이고 신간 서적에 눈길을 줘 직원들을 각성하게 했다.

철강업체 경영자로 책을 좋아하는 강 사장은 철강과 책은 국가 발전에 근본적 재료라고 여긴다. “역사상 철을 지배한 민족이 경제력을 지배해 왔습니다. 유럽에 이어 미국, 일본의 경제 발전은 철강 발전과 순서가 같습니다. 국가 발전은 독서와도 떼어 놓을 수 없습니다. 출판문화와 독서환경이 우수한 국가일수록 발전 궤도를 이탈할 가능성은 작습니다.”

공부가 국가 경쟁력의 초석이라는 것은 CEO가 된 후 자주 찾는 해외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외국어교육 강국으로 네덜란드를 꼽길 주저하지 않는다. “독일과 프랑스, 영국의 틈바구니에서 무역 강국의 위상을 다지고 있는 네덜란드의 비결은 외국어 교육에 있었습니다. 월드컵 감독이었던 거스 히딩크 감독도 그랬듯이, 네덜란드인들은 영어를 포함해 3개 외국어에 유창합니다. 오늘날 작지만 강한 ‘강소국’ 네덜란드의 경쟁력은 공부와 독서에 있었던 것입니다.”

정보를 지식으로 만드는 일을 중요하게 여기는 강 사장은 기업가들의 평전과 자서전도 즐겨 읽는다. ‘박태준’(현암사)과 ‘다시 이병철에게 배워라’(서울문화사)는 포스코 직원뿐 아니라 기업체에 적을 두고 있는 직장인들에게 권하는 책이다.

글 박종현, 사진 이제원 기자 bali@segye.com

그는 누구인가

2004년 3월 CEO가 된 강창오 사장은 포스코 공채 3기 출신이다. 독서와 공부의 필요성을 절감한 것은 14년 전 임원이 됐을 때다. 임원 승진의 기쁨보다 공부를 소홀히 해 전체를 보는 눈이 부족한 것이 못내 아쉬웠다. 그래서 회사 생활 중에 모르는 용어가 나오면 수첩에 하루 10개 정도 메모해 두었다가 나중에 백과사전 등을 통해 확인하곤 했는데 이제는 습관이 됐다.

포스코는 2004년 처음으로 조강생산량 3000만t을 넘겼고, 매출액도 20조원을 기록하는 등 모든 경영실적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강 사장은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신흥강국을 따돌리기 위해서는 CEO는 물론 후배들이 기회 있을 때마다 공부를 계속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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