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의 책꽂이

(17) 넷피아 이금룡 대표

바보처럼1 2007. 7. 24. 12:50
 
【CEO 책꽂이】<17>'넷피아' 이금룡 대표
이제 세상은 경험 중심에서 지식 중심의 사회로의 전환이 끝난 듯하다. 디지털 기술에 의한 인터넷과 커뮤니케이션의 활성화가 낳은 결과다. 그렇다고 전문 분야에서 풍부한 지식을 가진 세대의 경험을 묻혀둘 수는 없다.

한글 도메인으로 유명한 인터넷 업체 ‘넷피아’는 아날로그 지식의 디지털화를 꿈꾸는 회사다. 넷피아는 ‘인터넷 주소의 자국어화’를 기치로 현재 12개국에서 25만개에 달하는 자국어 인터넷 주소(10만개 업체)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금룡 대표는 지난 3월 넷피아의 공동대표로 취임해 인터넷을 통한 정보 접근도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넷피아는 1999년 한글 인터넷 주소 상용화에 나서 나이와 학력에 따른 인터넷 정보 격차 해소에 앞장서고 있다.

이 대표는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인 것은 분명하지만, 그 통로가 활짝 열려야 제대로 지식을 담을 수 있다고 강조한다. “나이 든 사람을 비롯해 영어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에게 영어 도메인은 그림의 떡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상대적으로 소외될 수 있었던 사람들에게 한글 인터넷 주소는 정보의 바다로 이끄는 지식의 통로가 됐습니다.”

한글 인터넷 주소 서비스를 특징으로 하는 넷피아의 사업 영역은 대부분 인터넷 업체들이 검색 기능 강화를 비롯한 포털 서비스 기능 향상에 나서거나 도메인 주소 선점에 매진할 때 나왔다.

이 대표는 이를 넷피아의 ‘블루오션 전략’(푸른 바다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시장납품형이 사라진 곳에 시장창출형 전략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불루오션 전략은 경쟁해서 이기기보다는 경쟁이 무의미한 새 시장을 창출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교보문고에서 한글 번역본으로 나온 ‘블루오션 전략’(김위찬)과 똑같은 개념이다. “1세대 벤처들이 인터넷을 들여왔다면, 새로운 디지털 시대를 열어가는 2세대 벤처들은 블루오션에 보다 가까이 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것이 아닌 시장과 고객을 창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경험을 통해 블루오션에 대해 철학과도 같은 믿음을 가지고 있다. “검색 키워드와 아바타 등 인터넷의 많은 부문이 경쟁이 치열한 ‘레드오션’으로 변했지만, 블루오션에 먼저 진입하면 실패할 확률이 줄어듭니다. 제가 경매업체 ‘옥션’의 사이트를 열었을 때 한 달 만에 비슷한 회사 6곳이 문을 열었으나 모두 도태했습니다.” 그에게 아날로그는 레드오션으로 디지털은 블루오션으로 인식되는 듯했다.

그러나 블루오션 진입은 레드오션 진입보다 훨씬 어려운 작업이다. “판매 대상으로 물건을 우선시하는 레드오션에서는 차례로 순위가 정해졌습니다. 이에 비하면 고객 창출에 목적을 둔 블루오션은 성패도 확실하고,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심해집니다.”

이 대표는 곧 넷피아의 블루오션 전략으로 불릴 만한 회심의 사업을 선보인다. 인터넷 주소창에 휴대전화 번호를 치면, 곧바로 번호 소유자의 홈페이지와 연결되도록 해 네티즌의 수요를 이끌어 낼 생각이다. “5월 31일부터 한 달간 100만명에게 무료 인터넷주소를 제공해 인지도를 높여나갈 것입니다.”

이 대표는 지식정보화 사회에서 기업의 성패는 CEO의 전략과 생각에 달려 있다고 확신한다. CEO의 전략은 창의적이고 도전적일 때 보다 빛이 난다고 여긴다. 그가 추천사를 쓴 ‘U-트레이드 빅뱅’(이창우)은 유비쿼터스(언제 어디서나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와 FTA의 탄생 배경을 분석하고, 그 시너지 효과를 설명하고 있다.

“미래의 네트워크 마케팅이 주류가 되는 유비쿼터스 시대에는 인터넷의 공간과 정보를 활용해 네트워크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개인과 기업의 성패가 결정됩니다. 유비쿼터스 시대의 새로운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풍부한 지식으로 무장해야 함은 물론입니다. 변화를 선도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세상입니다.”

디지털 세상은 지식경영의 장이다. 이 대표는 그 세상을 지배하려면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지식경영은 다른 사람의 통찰력을 자신의 것으로 바꾸는 작업이며 싸움입니다. 그리고 경쟁은 결국 창의성 싸움인데, 이 싸움과 경쟁에는 독서만큼 훌륭한 도구가 없지요. 특히 항상 성장 동축에 있어야 할 CEO는 책을 손에서 놓아서는 안 됩니다.” 이 대표야말로 “책을 다 읽을 시간이 없다면, 최소한 만지기라도 해라. 쓰다듬고 쳐다보기만 해라”고 했다는 윈스턴 처칠 영국 총리의 말을 현대적 의미로 활용하는 사람으로 보였다.

열국지와 삼국지를 10번도 넘게 읽은 그의 기억에 남는 책은 무수하다. 그 중 성장을 창의성의 게임으로 본 ‘모든 기업은 성장한다’와 유통업체 월 마트의 태동과 성장 과정을 담은 샘 월튼의 자서전 ‘샘 월튼’, 생각에 따라 자신의 모든 행위와 삶의 방식이 달라진다는 ‘백만장자 코드’(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책이다.

제조업체와 인터넷 업체를 두루 경험한 그에게 신문의 미래를 넌지시 물어봤다. 변화의 화두를 달고 사는 이 대표는 아이디어를 활용해 시장을 창출하면 좋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정보의 홍수 시대에 종합적인 정보 전달 수단인 신문은 국민이 언론에 부여한 사명을 제대로 파악하면 됩니다. 예산과 세금, 인물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게 필요합니다. 예산 배분을 정확히 따지고, 세금이 제대로 사용되는지 밀착 취재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에 주목하면 됩니다.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는 신문사가 ‘인물전략연구소’ 같은 곳을 만들어 정보를 제공하면 다른 업체를 선도할 수 있습니다.”

그는 CEO를 어떻게 정의할까. 그에게 기업체의 CEO는 예술가의 다른 이름이다. 예술가가 주어진 시간에 고객 감동에 매진하듯, CEO도 한정된 시간에 고객을 감동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과거에 기업은 생산된 물품으로 고객을 맞았으나, 이제는 예술가와 마찬가지로 창의성 있는 경영으로 고객을 창출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영화와 연극 등 예술 작품을 보더라도 저는 극의 창의적 구성에 주목합니다. 이 과정에 책에서 많은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이 대표는 ‘인터넷 전도사’를 자임한다. 풍요로운 지식정보화사회에 앞장서는 그는 다름아닌 ‘디지털 브나로드 운동의 선도자’이기도 하다. 일제시대 지식인들이 브나로드 운동으로 계몽운동을 했다면, 그는 21세기 동시대인들에게 디지털 마인드를 주입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글 박종현, 사진 신현경 기자 bali@segye.com

그는 누구인가

넷피아의 이금룡(54) 대표는 온라인 경매업체 옥션과 전자결제업체 이니시스 대표이사를 거쳐 넷피아의 경영을 책임지고 있다. 지난 3월부터 국내 경영을 맡고 있는 이 대표는 글로벌 경영을 총괄하는 박영수 대표와 보조를 맞추고 있다. 대외적으로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초대 회장을 지냈고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벤처기업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 대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업의 시스템을 누구보다 잘 안다. 삼성에서 임원을 지내며 제조업체의 생리를 파악했고, 넷피아 등에서 디지털 마인드를 가다듬었다. 이 대표는 디지털 온라인 마인드에 분석과 기획, 심층 구조의 오프라인 시각을 접목해 서울대와 국방대학원 등 각 학교의 최고경영자 과정에 곧잘 나가 강의를 한다.
인터넷 혁명을 구텐베르크의 활자 혁명에 버금가는 일로 평가하며 균형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보려고 노력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지런해야 한다. 이 대표는 철저한 아침형 업무 스타일이다. 그는 “미국에서는 좋은 차의 순서와 출근 차의 순서가 같다”는 말로 아침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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