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른 들꽃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었지 이슬 담뿍 머금은 가을 아침이면 한세상 건너가던 넋들도 괜시리 미련에 미쳐 꽃잎만 휘날렸지 그때 눈부신 꽃 한 잎 달라붙어 따라간 뒤 지금쯤 누군가의 꽃점으로 피었을까 마른 들꽃 잠시 살아나 제 몸의 향취를 맡는다 이 메마른 향기 언젠가 안겼던 품에 흐르던 따사로운 체취
-윤의섭 시집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문학과지성사)에서 |
2005.09.09 (금) 17: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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