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마른 들꽃 향기

바보처럼1 2007. 8. 5. 12:58
 
[시의 뜨락]마른 들꽃 향기
비릿한 빗줄기 사이로

마른 들꽃은 생각난 듯 고개를 들었지

이슬 담뿍 머금은 가을 아침이면

한세상 건너가던 넋들도 괜시리

미련에 미쳐 꽃잎만 휘날렸지

그때 눈부신 꽃 한 잎 달라붙어 따라간 뒤

지금쯤 누군가의 꽃점으로 피었을까

마른 들꽃 잠시 살아나 제 몸의 향취를 맡는다

이 메마른 향기

언젠가 안겼던 품에 흐르던 따사로운 체취

-윤의섭 시집 ‘붉은 달은 미친 듯이 궤도를 돈다’(문학과지성사)에서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詩의 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노래  (0) 2007.08.05
성발바닥  (0) 2007.08.05
심우도  (0) 2007.08.05
기러기  (0) 2007.08.05
거미는 평생 길을 만든다.  (0) 2007.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