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개기월식.......안현미

바보처럼1 2007. 8. 5. 13:20
[時의 뜨락]개기월식
개기월식

안 현 미

사내의 그림자 속에 여자는 서 있다 여자의 울음은 누군가의 고독을 적어놓은 파피루스에 덧쓰는 밀서 같은 것이어서 그것이 울음인지 밀서인지 고독인지 피아졸라의 음악처럼 외로운 것인지 산사나무 꽃그늘처럼 슬픈 것인지 아무것도 아닌 것인지 그게 다인지 여자는 눈,코,입이 다 사라진 사내의 그림자 속에서 사과를 베어먹듯 사랑을 사랑이라고만 말하자,고 중얼거리며 사내의 눈,코,입을 다 베어먹고 마침내는 그림자까지 알뜰하게 다 베어먹고 유쾌하게 사과의 검은 씨를 뱉듯 사내를 뱉는다.

―신작시집 ‘곰곰’(랜덤하우스중앙 펴냄)에서

▲1972년 강원도 태백 출생

▲서울산업대학교 문예창작과 졸업

▲2001년 ‘문학동네’로 등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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