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순 례
어스름 할머니민박 외진 방에 든다
방파제에서 그물 깁던 오십줄의 사내 지금쯤 어느 속정 깊은 여인네와 바짓가랑이 갯내 털어내고 있을까 저마다 제 등껍질 챙겨가고 난 뒤 어항의 물비늘만 혼자 반짝인다 이곳까지 따라붙은 그리움의 물살들 밤새 창턱에 매달려 아우성친다 사랑이 저런 것일까 벼랑 차고 바윗살 핥아 제 살 불려가는 시린 슬픔일까 몸이 자랄 때마다 맨발로 차가운 바다를 헤매야 하는 소라게야 울지 말아라 쓸쓸해하지 말아라 게잠으로 누워 옆걸음 치며 돌아가야 할 누더기 등껍질 촘촘 기워간다 물 밀려간 자리 흰 거품 걷어내며 기어 나오는, 소라게의 발이 뜨겁다
―신작시집 ‘뜨거운 발’(애지 펴냄)에서 ▲1966년 충북 보은 출생 ▲1993년 ‘시와 사회’로 작품활동 시작 |
2006.07.14 (금) 21:0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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