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뜨거운 발........함순례

바보처럼1 2007. 8. 5. 13:41
[時의 뜨락]뜨거운 발
뜨거운 발

함 순 례

어스름 할머니민박 외진 방에 든다

방파제에서 그물 깁던 오십줄의 사내

지금쯤 어느 속정 깊은 여인네와

바짓가랑이 갯내 털어내고 있을까

저마다 제 등껍질 챙겨가고 난 뒤

어항의 물비늘만 혼자 반짝인다

이곳까지 따라붙은 그리움의 물살들

밤새 창턱에 매달려 아우성친다

사랑이 저런 것일까 벼랑 차고 바윗살 핥아

제 살 불려가는 시린 슬픔일까

몸이 자랄 때마다

맨발로 차가운 바다를 헤매야 하는 소라게야

울지 말아라 쓸쓸해하지 말아라

게잠으로 누워 옆걸음 치며 돌아가야 할

누더기 등껍질 촘촘 기워간다

물 밀려간 자리 흰 거품 걷어내며

기어 나오는,

소라게의 발이 뜨겁다

―신작시집 ‘뜨거운 발’(애지 펴냄)에서

▲1966년 충북 보은 출생

▲1993년 ‘시와 사회’로 작품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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