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의 뜨락] 미황사 저녁 무렵 | ||
강 세 환
전라도 해남 땅 끝에서 눈 마주친
공룡 등뼈 뼈대만 드러난 달마산
때마침 한 눈 팔 수밖에 없었던
산문 밖 산들대던 분홍빛 솔나리꽃
달마산 불선봉 바람 절 마당 끝에 한 발 들일 때
한낱 속물의 눈으로 눈여겨보아도
까닭도 없이 슬며시 몸 달아오르던
뒤끝 깨끗한 감각적인 부도
그 침묵의 행간에서 하늘거리는 바람 몇 낱
불현듯 속절없이 마음만 꼿꼿하던
인적마저 끊긴 어스름 저녁 무렵
공(空)을 한 움큼 퍼다 한가득 꽉 메운 듯
비워도 비워도 전혀 공허하지 않은 듯
―신작시집 ‘상계동 11월 은행나무’(시와에세이 펴냄)에서
▲1956년 강원도 주문진 출생
▲1988년 ‘창작과비평’ 겨울호로 등단
▲시집 ‘월동추’ ‘바닷가 사람들’, 에세이집 ‘대한민국 주식회사’ 등
2006.08.18 (금) 19: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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