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미황사 저녁 무렵....강세환

바보처럼1 2007. 8. 5. 13:47
[시의 뜨락] 미황사 저녁 무렵
미황사 저녁 무렵

강 세 환

전라도 해남 땅 끝에서 눈 마주친

공룡 등뼈 뼈대만 드러난 달마산

때마침 한 눈 팔 수밖에 없었던

산문 밖 산들대던 분홍빛 솔나리꽃

달마산 불선봉 바람 절 마당 끝에 한 발 들일 때

한낱 속물의 눈으로 눈여겨보아도

까닭도 없이 슬며시 몸 달아오르던

뒤끝 깨끗한 감각적인 부도

그 침묵의 행간에서 하늘거리는 바람 몇 낱

불현듯 속절없이 마음만 꼿꼿하던

인적마저 끊긴 어스름 저녁 무렵

공(空)을 한 움큼 퍼다 한가득 꽉 메운 듯

비워도 비워도 전혀 공허하지 않은 듯

―신작시집 ‘상계동 11월 은행나무’(시와에세이 펴냄)에서

▲1956년 강원도 주문진 출생

▲1988년 ‘창작과비평’ 겨울호로 등단

▲시집 ‘월동추’ ‘바닷가 사람들’, 에세이집 ‘대한민국 주식회사’ 등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詩의 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기적........마종기  (0) 2007.08.05
촛불........조향미  (0) 2007.08.05
조등...........남진우  (0) 2007.08.05
환한 꽃의 상처.....유진택  (0) 2007.08.05
달걀 소포..........김승희  (0) 2007.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