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촛불........조향미

바보처럼1 2007. 8. 5. 13:48
[시의 뜨락]촛불
촛불

조향미

온 산천 하얗게 내린 눈

다 쓸어낼 필요 없어

발 디딜 골목 몇 뼘만 쓸어내듯이

아무리 큰비 내려도

하늘 통째로 가리지 않고

한 몸 피할 작은 우산 펴듯이

해 지고 어둠 내리면

식구들 저녁 밥상에 둘러앉을 만큼

사랑하는 이와 눈빛 맞출 만큼

그만큼의 빛이면 족하다

잠 안 오는 깊은 밤엔

시집 한 권 읽을 만큼

둥글고 부드러운 불빛 켠다

곁에서 어둠은 어둠대로

순한 짐승처럼 쌔근쌔근 엎드려 잔다

―신작시집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실천문학사 펴냄)에서

▲1961년 경남 거창 출생 ▲1984년 무크지 ‘전망’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길보다 멀리 기다림은 뻗어 있네’ ‘새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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