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향미
온 산천 하얗게 내린 눈 다 쓸어낼 필요 없어 발 디딜 골목 몇 뼘만 쓸어내듯이 아무리 큰비 내려도 하늘 통째로 가리지 않고 한 몸 피할 작은 우산 펴듯이 해 지고 어둠 내리면 식구들 저녁 밥상에 둘러앉을 만큼 사랑하는 이와 눈빛 맞출 만큼 그만큼의 빛이면 족하다 잠 안 오는 깊은 밤엔 시집 한 권 읽을 만큼 둥글고 부드러운 불빛 켠다 곁에서 어둠은 어둠대로 순한 짐승처럼 쌔근쌔근 엎드려 잔다
―신작시집 ‘그 나무가 나에게 팔을 벌렸다’(실천문학사 펴냄)에서 ▲1961년 경남 거창 출생 ▲1984년 무크지 ‘전망’으로 작품활동 시작 ▲시집 ‘길보다 멀리 기다림은 뻗어 있네’ ‘새의 마음’ |
2006.08.25 (금) 18:3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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