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환한 꽃의 상처.....유진택

바보처럼1 2007. 8. 5. 13:44
[時의 뜨락]환한 꽃의 상처
환한 꽃의 상처

유 진 택

가녀린 가지의 꽃망울을 한 줌 훑었다

나무들의 자세가 더 꼿꼿해진다

허락도 없이 훑어가는

내 손길을 쏘아보며

꽃들은 바닥에 떨어져 혈서로 저항한다

꽃망울이 맨살을 뚫고 나올 때의 고통을 아는가

설움에 겨운 여인처럼

나무가 소리 없이 우는 걸 보았다

고통이 너무 커

차라리 속울음으로만 물결지는 나무의 눈물,

새벽 이슬이 푸르른 잎 적시며

텅 빈 가지를 쓰다듬는다

방금 꽃망울 떨어진 나뭇가지를 따라

생긴 상처, 오늘따라 더 환하다

―신작시집 ‘환한 꽃의 상처’

(시와에세이 펴냄)에서

▲충북 영동 출생, 경성대학교 불문과 졸업

▲1993년 ‘문학세계’로 등단

▲시집 ‘텅 빈 겨울 숲으로’ ‘날다람쥐가 찾는 달빛’ 등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詩의 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미황사 저녁 무렵....강세환  (0) 2007.08.05
조등...........남진우  (0) 2007.08.05
달걀 소포..........김승희  (0) 2007.08.05
야적..........이하석  (0) 2007.08.05
뜨거운 발........함순례  (0) 2007.08.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