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민벌레..........이진명

바보처럼1 2007. 8. 5. 13:50
 
[시의 뜨락]민벌레
민벌레

이 진 명

몸길이가 고작 2밀리미터

삶의 거의 전부를 두툼한 나무껍질 밑에서 산다지요

눈은 퇴화하여 거의 흔적도 남지 않았다지요

민벌레를 읽다가

민벌레야, 그만 한숨처럼 불렀더니

민벌레가 대답을 합니다

두툼한 콘크리트 껍데기 속 구멍에 끼어

여기요, 여기요,

몸길이가 점점 밀리미터 수준으로 되어가는 내가

눈이 점점 감은 눈이 되어가는 내가

―시집 ‘단 한 사람’(열림원 펴냄)에서

▲1955년 서울 출생

▲1990년 계간 ‘작가세계’로 등단

▲시집 ‘밤에 용서라는 말을 들었다’ ‘집에 돌아갈 날짜를 세어보다’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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