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향기로운 배꼽.........길상호

바보처럼1 2007. 8. 5. 14:08
[시의 뜨락]향기로운 배꼽
향기로운 배꼽 / 길 상 호

흰 꽃잎 떨어진 자리

탯줄을 끊고 난 흉터가

사과에게도 있다

입으로 나무의 꼭지를 물고

숨차게 빠는 동안

반대편 배꼽은 꼭꼭 닫고

몸을 채우던 열매,

가쁜 숨도 빠져나갈 길 없어

붉게 익었던 사과 한 알,

멧새들이 몰려와

부리로 톡톡 두드리다가

사과의 배꼽,

긴 인연의 끈을 물고

포로롱 날아간다

―신작시집 ‘모르는 척’(천년의 시작 펴냄)에서

▲1973년 충남 논산 출생 ▲2001년 한국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오동나무 아래 잠들다’, 현대시동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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