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사랑......박성우

바보처럼1 2007. 8. 5. 14:10
 
[시의 뜨락]사랑
사랑

박성우

아릿한 잠에서 깨어보니

손끝에 무언가가 감겨져 있었다

간밤에 누가 다녀갔을까 갸우뚱갸우뚱,

손가락에 감겨 있는 것을 풀어내었다

육백오십여년 되었다는 은행나무

보러 가는 차 안에서 첫눈을 만났다

목적지에 닿은 뒤로도 그치지 않는 눈

은행 둥치에 안겨, 등으로 눈발을 받아내다가

겨울나무에도 온기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첫눈 그친 저녁,

한 여자가 하얀 얼굴로 늦은 걸음을 해왔다

내년에도 제가 봉숭아물 들여 드릴게요,

발자국에 고이는 물처럼 조용조용 차오르는 눈물

봉숭아물 빠지지 않은 손으로 닦아주었다

―신작시집 ‘가뜬한 잠’(창비 펴냄)에서

▲1971년 전북 정읍 출생, 원광대 문예창작과 졸업

▲200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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