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유년의 초상2

바보처럼1 2007. 8. 19. 00:05
 
[시의뜨락]유년의 초상 2

유년의 초상 2

       황 송 문

 

 

벼 향기 무르익은 들녘에는

허수아비도 보이지 않았다.

우여어 우여어 새를 쫓는 소리도

간 곳 없는 적막강산이었다.

벼들이 침묵하는 정적 끝에

하늘에서고 땅에서고

콩 볶는 총소리 들리면

탄피 주우러 몰려다녔다.

밤이면 밤마다 불빛이 무서워서

또르르 웅크리고 숨어사는

음지식물처럼 어머니는 그렇게

이불 속으로 도가니 속으로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했다.

 

 

―신작 시집 ‘호남평야’(문학사계)에서

▲1941년 전북 오수 출생

▲시집 ‘조선소’ ‘연변백양나무’ 등 13권

▲한국현대시인상·전주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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