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웃는 개

바보처럼1 2007. 8. 28. 15:58
[시의 뜨락]웃는 개
웃는 개

        문 성 해

 

 

체육복 차림의 남자를 따라오는

저 개의 입술이 비틀리며 웃고 있다

그동안 내가 보았던 혼자인 개들은 웃지 않았다

어디서 왔는지 어디로 가는지

한 땀 한 땀 박음질로 가던

땅의 충복들

개가 입술을 끌어당겨 저리 웃을 줄은 몰랐다

소속된다는 것은

웃는 법을 배우는 것

소속된 개가

소속되지 못한 나를 비웃으며 간다

휘늘어진 서녘이 질기게 웃고 있다

 

―신작 시집 ‘아주 친근한 소용돌이’(랜덤하우스)에서

 

▲1963년 경북 문경 출생

▲1998년 매일신문, 2003년 경향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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