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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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재 철
배롱나무 꽃도 벌써 지고
헐거워진 교정의 녹음 속에
단 하나 붉은 포인트
넓적한 푸른 잎사귀 위로 솟아
긴 대궁 끝에 달린 꽃은
싸릿대에 묶어 매단
파르티잔의 마지막 적기 같다
한때는 영광이었으나
한때는 패배였으나
비바람처럼 격정은 가고
이제는 단지 순정만이 붉어
가슴속 잔잔히 눈물은 배고
가을 하늘 기울어가는 어깨 위
칸나가 붉다
―신작 시집 ‘능소화’(솔의 시선)에서
▲1953년 논산 출생
▲1982년 ‘오월시’로 등단
▲시집 ‘아메리카 들소’ ‘그래 우리가 만난다면’, 산문집 ‘오래된 집’
▲1996년 신동엽 창작상
2007.09.21 (금) 18: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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