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가을 칸나

바보처럼1 2007. 9. 29. 01:50
가을 칸나

         윤 재 철

 

 

배롱나무 꽃도 벌써 지고

헐거워진 교정의 녹음 속에

단 하나 붉은 포인트

넓적한 푸른 잎사귀 위로 솟아

긴 대궁 끝에 달린 꽃은

싸릿대에 묶어 매단

파르티잔의 마지막 적기 같다

한때는 영광이었으나

한때는 패배였으나

비바람처럼 격정은 가고

이제는 단지 순정만이 붉어

가슴속 잔잔히 눈물은 배고

가을 하늘 기울어가는 어깨 위

칸나가 붉다

 

―신작 시집 ‘능소화’(솔의 시선)에서

 

 

▲1953년 논산 출생

▲1982년 ‘오월시’로 등단

▲시집 ‘아메리카 들소’ ‘그래 우리가 만난다면’, 산문집 ‘오래된 집’

▲1996년 신동엽 창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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