戰後의 가을
정 해 종
戰後엔 방이 없었다
무너진 담벼락을 돌아
갈급한 여인들이 산으로 갔다
상처를 다스렸다
허기지게 뒹굴다 보면
발에 채이는 해골바가지
어디서 살 썩는 냄새가 났다
으스러진다는 것,
실오라기 같은 잎맥까지
타 들어 가고 타 들어 가서
해골바가지에 고인 물을 마시고
득도하듯
전후에서 세기말까지
가볍게 세상을 부유하다
내 발 앞에 떨어지는
전생의 푸른 이파리 하나
―신작시집 ‘우울증의 애인을 위하여’(북인)에서
▲1965년 경기도 양평 출생
▲1991년 ‘문학사상’으로 등단
▲시집 ‘내 안의 열대우림’, 미술 에세이 ‘터치 아프리카’ 등
2007.09.08 (토) 09: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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