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식혜

바보처럼1 2007. 10. 8. 14:02
식혜

    한 미 영

 

 

엿기름물에

잠긴 밥알들이

속속들이

몸을 삭히고 있다

편안한

소멸의 풍경

나도

잘 삭혀진 밥알로

가볍게

세상 속을

떠다니고 싶다

누군가의 가슴 한켠에

잘 발효된

한 그릇

시원한 식혜로

남고 싶다

 

-첫 시집 ‘물방울무늬 원피스에 관한 기억’(문학세계사 시인선)에서

 

 

▲1964년 경북 안동 출생

▲2003년 ‘시인세계’로 등단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詩의 뜨락' 카테고리의 다른 글

처마 아래서  (0) 2007.10.21
물이 되어 흐른 사내  (0) 2007.10.15
호공을 키우는 나무  (0) 2007.09.29
가을 칸나  (0) 2007.09.29
  (0) 2007.09.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