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물의 처음

바보처럼1 2008. 4. 3. 15:01
  • 물의 처음

    박 지 웅

    물이 꼭 잠기지 않는다
    물독 받쳐놓고 자리에 든다

    불 끄고 길에 누웠더니
    물방울이 말을 하고 있다
    제 이름 밝히는 데
    오래 걸린다
    저 멀고 깊은 생애 알아듣는 데
    오래 걸린다

    물이 머금고 있던 말,
    저 더딘 발음에 물든다
    한 자 또 한 자 움트는
    한 모금 또 한 모금
    입 밖으로 떨어지는
    고요한 끝
    눈부신 끝

    불 끄고 누워
    나는 물의 맨 처음이다

    ―신작시집 ‘너의 반은 꽃이다’(문학동네)에서
    ▲1969년 부산 출생
    ▲2004년 계간 ‘시와사상’으로 등단
    ▲2005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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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입력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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