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혼은 21그램
이정란
베어진 풀 더미 쌓여 있는 걸
풍겨 오는 냄새로 먼저 안다
풀의 영혼이 승천하는가 보다
사람이 죽으면 21그램이 가벼워지는데
빠져나간 영혼 때문이란다
생을 짓누르는 무게가
겨우 21그램이라니,
비닐 끈으로 염한 마른 풀더미 옆에서
친구의 부음 소식을 듣는다
허공의 몸에서도 영혼이 떠나가는지
발등으로 긴 날개털 하나 떨어진다
―신작시집 ‘나무의 기억력’(종려나무)에서
▲1999년 ‘심상’ 신인상 당선
▲시집 ‘어둠·흑맥주가 있는 카페’, 에세이집 ‘사랑하는 날 아침에는’ ‘간이역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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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사입력 2007.12.29 (토) 09:51, 최종수정 2007.12.29 (토) 0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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