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첫사랑은 밥 속에 섞인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데쳐져 한 계절 냉동실에서 묵었고 연초록색 다 빠지고 취나물인지 막나물인지 분간이 안 가는 곤드레 같은 것인데 첫사랑 여자네 옆 곤드레 밥집 뒷방에 앉아 나물 드문드문 섞인 밥에 막장을 비벼 먹으면서 첫사랑 여자네 어머니가 사는 집 마당을 넘겨보다가
한때 첫사랑은 곤드레 같은 것이어서 햇살도 한 평밖에 몸 닿지 못하는 참나무숲 새끼손가락만한 연초록 대궁에 솜털이 보송보송한, 까실까실한, 속은 비어 꺾으면 툭 하는 소리가 허튼 약속처럼 들리는 곤드레 같은 것인데 종아리가 희고 실했던 가슴이 크고 눈이 깊던 첫사랑 그 여자 얼굴을 사발에 비벼 목구멍에 밀어넣으면서 허기를 쫓으면서
―시작시집 ‘하룻밤 돌배나무 아래서 잤다’(문학동네)에서 ▲1968년 강원도 봉평 출생 ▲2003년 계간 ‘유심’ 신인문학상 수상하며 등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