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바보처럼1 2008. 6. 6. 19:28

[비즈피플]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

2007 02/27   뉴스메이커 714호

‘옥중 경영’으로 넓힌 영토 기반 다지기
1년7개월 수감생활 동안 굵직굵직한 M&A 진두지휘하며 사업 다각화 모색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사면으로 풀려나 앞으로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대체로 재벌 오너들은 얼굴 보이기를 꺼린다. 특히 전문경영인에게 경영을 맡겼을 경우는 더욱 그러하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 등이 대표적이다. 대상그룹 임창욱 명예회장도 ‘은둔형’이다. 임 회장의 아버지인 창업자 임대홍 회장도 매스컴 등에 나서기를 싫어하는 은둔 기업인이었다. 부전자전인 셈이다.

그가 언론에 ‘제대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장녀인 세령씨가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결혼할 때다. 두 번째는 비자금 조성 건으로 검찰에 출두할 때다. 그의 두 번째 외출은 그를 영어의 몸으로 만들었다. 즉, 실형을 선고받아 옥살이를 하게 된 것. 그런 그가 최근 사면을 받아 업무에 복귀할 수 있게 됐다.

비자금 조성으로 구속, 최근 사면

임 회장은 임대홍 회장의 장남이다. 차남은 임성욱 세원그룹 회장이다. 장자로서 대상그룹 후계자가 된 임 회장은 1987년 옛 미원그룹 회장으로 취임했다가 1997년 8월 대상그룹 회장직을 전문경영인 출신인 고두모 회장에게 넘기고 현업에서 물러났다. 직함도 명예회장으로 바꿨다. 그러다가 8년 만인 2005년 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가 출범하면서 대표이사로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그러나 그의 복귀는 오래가지 않았다. 그해 6월 서울 방학동 미원 공장을 군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 회삿돈으로 비자금 219억6000만 원을 조성한 혐의로 구속된 것. 그는 최근 사면을 받아 풀려났지만, 1년 이상 긴 옥살이를 해 동정어린 눈길을 받기도 했다. 그동안 기업인은 구속돼도 6개월을 넘기지 않았기 때문. 특히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등 대부분의 기업인은 집행유예로 실형을 살지도 않았다.

임 회장은 1년7개월의 교도소생활 중 ‘옥중경영’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임 회장은 수감 중이던 지난해 9월 나드리화장품을 인수했고, 두 달 후에는 1050억 원을 들여 ㈜두산 식품BG의 김치·두부·고추장 사업부문까지 매입했다. 비록 대우건설 등 굵직한 기업은 아니지만 식품이나 화장품업계에서는 제법 큰 M&A(기업인수·합병)를 한 것.

이를 옥중에서 진두지휘한 인물이 바로 임 회장이다. 비록 그의 부인인 박현주 부회장이 그룹을 총괄한다고 하지만,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는 사람은 거의 없다. 박 부회장은 금호그룹 창업자인 박인천 전회장의 3녀다. 기업인의 피가 흐르고 있긴 하나, 임 회장이 구속되기 전까지는 눈에 띄는 경영활동을 하지 않았다. 10여 년간 그룹 계열사 중 하나인 광고대행사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부회장을 맡은 게 전부다. 박 부회장은 주말마다 임 회장을 면회해 집안 일과 회사 일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옥중경영 정황을 뒷받침하는 것은 2005년 8월 대상홀딩스의 출범이다. 이 회사는 대상그룹의 지주회사다. 그룹의 비전과 전략수립, 신규사업 추진 등을 담당한다. 그런데 대상홀딩스의 대표이사는 임창욱 명예회장과 박현주 부회장이다. 따라서 옥중에 있었어도 그룹의 M&A는 이 두 사람, 특히 임 회장의 의중대로 이뤄졌음은 자명한 일이다.

지주회사 지분 두 딸이 50% 넘어

임창욱 회장의 장녀인 세령씨는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와 결혼해 경영에 참여할 가능성이 낮다.
앞으로도 임 회장의 행보는 더욱 가속될 것이다. 재계 일각에서는 그가 보유한 지분이 극히 적어 경영에 참여하지 않을 것으로 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룹의 지주회사인 대상홀딩스 지분은 둘째 딸인 임상민씨가 30.36%으로 가장 많고, 첫째 딸인 임세령씨가 20.79%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딸만 둘인 임 회장은 2001년 보유중인 주식 800만 주를 세령씨에게 300만 주, 상민씨에게 500만 주씩 증여했다. 그래서 임 회장의 지분은 6.38%(우선주 3.28% 보유), 박 부회장은 5.91%에 불과하다. 하지만 최대주주인 상민씨는 이화여대 사회학과를 졸업한 후 현재 미국 유학 중이다. 그가 당장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세령씨는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그는 삼성그룹 후계자인 이재용 전무의 부인이다. 따라서 세령씨는 지분만 보유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그룹을 이끌어갈 인물은 임 회장과 박 부회장밖에 없다. 게다가 임 회장은 만 58세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기에는 이른 편이다.

대상그룹은 지난해 11월1일로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임 회장이 옥중에서 M&A를 성사시킨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새로운 도약을 목표로 한 발을 내디뎠다는 것이다. 대상그룹 하면 보통 조미료 ‘미원’을 떠올린다. 그러나 의외로 사업영역이 넓다. 1997년 그룹명을 미원에서 대상으로 바꾼 것도 이런 맥락이다. 대상그룹의 주력계열사는 대상㈜, 대상팜스코, 대상정보기술,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동서산업 등이 있고 투자를 하는 유티씨인베스트먼트도 대상그룹의 품안에 있다. 주력기업인 대상㈜은 주력제품인 ‘미원’ 외에 ‘로즈버드’라는 커피전문점을 운영하는가 하면 ‘하이포크’라는 육가공사업도 하고 있다. ‘청정원’이란 브랜드를 통해 고추장 등 각종 식품을 생산하며, 건강보조식품 브랜드인 ‘웰라이프’도 있다. 중견그룹의 한 임원은 “대상그룹의 영토확장이 심상치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동안 오너의 구속으로 대상그룹은 사기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영토확장보다는 그룹내 문제점을 하루빨리 다잡아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다. 수감생활을 끝낸 임 회장은 아직까지 서울 군자동 대상홀딩스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대상 주홍 이사는 “(임 회장이) 아직 출근하지 않고 있다”면서 “사면된 지 얼마 안 돼 더 기다려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출옥한 후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꽃 피는 봄에 임 회장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조완제 기자 jwj@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