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무인 주차관제시스템 선두주자

바보처럼1 2008. 6. 6. 19:35

[비즈피플]무인 주차관제시스템 선두주자

2007 04/24   뉴스메이커 721호

부산공영주차장·서울월드컵경기장·김포공항 등에 설치 호평

다래파크텍이 개발한 카드전용 무인관제시스템 설명하는 김호정 사장.
장면#1 작년 이맘때의 일이다. 기자는 경향신문사가 주최한 전시행사를 위해 코엑스에 잠시 들렀다. 지하 3층에 주차를 해놓은 것을 깜빡 잊었다. 차를 어디에 주차해 놓았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코엑스 지하 주차장은 6층으로 주차용량이 3000대가 넘는다. 이때부터 ‘내 차를 찾기 위한 숨바꼭질’이 시작됐다. 차를 찾는 데 걸린 시간은 무려 1시간 30분. 지하 6층을 이 잡듯이 뒤져야 했던 수고가 너무 억울했다.

장면#2 중견제조업체에 다니는 회사원 장모씨(42)는 직장 인근의 큰 빌딩 지하 주차장을 이용하고 있다. 장씨는 약속시간을 정하고 중요 거래처 담당자를 만나기 위해 급히 주차장으로 향했다. 하지만 요금정산소를 10m 앞두고 차가 밀려 있었다. ‘금방 빠져나가겠지’라고 생각하며 10여 분을 기다렸지만 차는 요지부동. 급한 마음에 차에서 내려 정산소 앞으로 갔다. 정산소 직원과 운전자가 주차요금을 놓고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다급한 사정을 얘기하고 싸움을 말렸지만 이미 감정이 격해진 두 사람의 실랑이는 20여분이나 더 계속됐다. 결국 장씨는 중요거래처와 약속한 시간을 30분이나 어기는 실례를 범하고 말았다.

날로 심해지는 주차난은 일상사가 된 지가 오래다. 주차난은 원활한 교통문화 정착을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도 하다. 좁은 주차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것도 주차난 해소방법이 될 수 있다.

주차와 관련된 ‘토털솔루션’을 공급해 국내 주차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한 기업인이 있다. 다래파크텍(주) 김호정 대표이사가 그 주인공. 그는 무인주차시스템을 선도하고 있다. 무인주차시스템이란 카드전용의 현대화된 주차시스템으로, 주차장의 투명한 운영과 주차정보를 실시간 제공하는 것이다. 차량번호를 자동으로 판독해서 주차장 출입구에서 티켓을 인출하지 않고 출입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난방지, 주차장 정보안내, 주변 상가정보 등 다양한 기능을 갖고 있다. 주차관리를 원-스톱 처리함으로써 주차관리의 비효율성을 최소화하는 기능을 가진 것이다.

김 대표는 이 주차시스템으로 부산지역의 공영주차장에 첫선을 보인 후 호평을 받았다. 특히 부산 공영주차장은 노무현 정부가 지방행정혁신 성공사례 매뉴얼로 선정했을 정도로 인정받았다. 공개응모한 메뉴얼 2000여 건 중 5개의 성공사례에 포함됐던 것이다. 최근에는 부산시와 협약해 공동수익모델을 개발 중이다. 대구시도 지방행정혁신을 위해 ‘다래 모델’을 도입했다. 이밖에도 코엑스와 서울월드컵경기장, 김포공항 등에까지 이 주차시스템을 설치함으로써 국내 최고 수준의 주차관리통합설비 전문회사로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김 대표는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다. 1980년대 중반에 대학을 졸업하고 독일에 문학공부를 하러 간 문학도였다. 하지만 독일 유학 중 독일의 선진 자동차문화를 접한 후 큰 자극을 받았다. 향후 한국도 폭발적인 자동차 수요가 일 것으로 판단하고 나름대로 사업준비를 해왔다. 1990년대 초반에 한국에 들어온 김 대표는 다래엔지니어링(현 다래파크텍)을 창업, 독일의 데지그나(DESIGNA) 사와 기술제휴하고 사업에 뛰어들었다. 기술습득 및 장비개발로 나름대로 사업기반을 마련해갔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의 ‘핵펀치’는 김 대표에게도 예외일 수 없었다. IMF 외환위기는 김 대표에게 그 동안의 주차설비개발의 ‘노하우’만 남긴 채 모든 것을 앗아갔다. 이런 상황에서 그를 도운 사람은 직원들이었다. 직원들이 회사의 부도를 막기 위해 자신의 집을 내놨다. 김 대표는 “한두 명도 아니고 6명이나 회사를 돕겠다며 집을 담보로 얻은 대출금을 회사를 위해 내놨다”면서 “무수한 부도 위기를 묵묵히 견디며 함께 해준 직원들에게 항상 고마움을 느낀다”고 술회했다.

차량이 코엑스에 설치된 카드전용 무인관제시스템을 통과하고 있다.
김 대표에게 IMF 외환위기가 준 교훈은 해외기술 제휴의 허약함이었다. 그때부터 독자적인 기술개발에 나섰다. 기술적 독립 없이 돌발적 충격을 이겨낼 수 없다는 사실을 피부로 체감한 것이다. 직원들도 김 대표의 뜻에 기꺼이 따랐다. 그 결과 주차업계 세계 최초로 INTEL PXA 270 520MHz CPU를 탑재하는 성과를 거뒀다. 다래파크텍이 지닌 경쟁력의 핵심이다. 또 다래파크텍이 가진 특허는 주차관제시스템을 비롯해 5개나 되며 현재 진행 중인 특허는 거주자 우선주차 등 3개나 된다. 이러한 직원들의 헌신적인 회사 사랑으로 오늘날 다래파크텍을 유지하고 있다. 김 대표는 “직원들이 자신의 직장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신명나는 직장을 만들어주는 것이 내가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대표이사의 또 다른 임무는 직원들에게 자신이 몸담고 있는 회사의 제품이 충분히 가치가 있고 그것을 통해 희망을 갖게 하는 것”라고 부연했다.

다래파크텍은 큰 규모의 회사는 아니다. 총 직원수는 54명. 그 중 R&D 인력은 11명이다. 인력은 적지만 직원 개개인의 생산효율성은 어느 기업보다 높다. 작년 매출액을 묻자 “제품을 만들기가 무섭게 다 나간다. 매년 매출이익의 약 20~30% 정도를 R&D에 투자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기자가 다래파크텍의 핵심인 기업부설연구소를 보여달라고 하자 담당직원이 없어 보여주기 힘들다고 했다. 제조업체의 심장부서인 기술연구소를 기자에게도 공개하기 꺼리는 표정이 역력했다. 김 대표가 원천기술을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다래파크텍의 이 같은 지속적인 투자성과는 특허지도(Patent Map) 개발, 신기술의 특허등록 및 출원, 중소기업청 선정 우량벤처기업의 밑거름이 됐다. 이 회사는 또 중기청의 표창과 2004디지털 이노베이션 대상 등 다수의 수상경력도 갖고 있다.

김 대표와 인터뷰하는 동안 기자의 머릿속에는 제조업도 농민이 농사를 짓고 그 결실을 바라보는 것과 본질적으로 같다는 생각을 하였다. 한 톨의 잘 영근 쌀알을 만들기 위해 농민이 수많은 구슬땀을 흘리고 인내하듯 김 대표도 수많은 시행착오와 재기를 거쳐 알찬 수확을 준비하고 있었다. 지금도 또 다른 신기술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을 게 틀림없다.

김 대표는 최근의 한·미FTA 타결에도 많은 기대를 걸고 있다. 국내시장을 뛰어넘어 일본과 중국, 유럽, 미주시장을 공략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유럽이나 일본제품이 많이 진출해 있는 미주시장에도 한번 도전해 볼 만하다고 자신감을 피력하고는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힘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한·미FTA를 체결한 이후 중소기업을 위한 시급한 문제로 특허 로드맵 작성을 꼽았다. 결국 법적 문제에 대한 대비 없이 한국 중소기업의 앞날이 결코 밝지 않음을 암시하는 얘기다.

<글·김태열 기획위원 yolkim@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