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한국문화와 로얄살루트를 ‘위하여~’

바보처럼1 2008. 6. 6. 19:34

[비즈피플]한국문화와 로얄살루트를 ‘위하여~’

2007 04/17   뉴스메이커 720호

동남아 스카치위스키 시장의 전설… 프리미엄 브랜드의 사회공헌 마케팅 전략
피터 프랜티스 진로발렌타인스 아시아태평양 담당 부사장.

한국의 문화·예술과 위스키의 만남. 잘 조화가 될 것 같지 않아 보인다. 한국문화의 특징은 은은함과 자연스러움. 반면 위스키는 보드카나 럼주, 데킬라처럼 서민적이지 않고 와인처럼 여성적이지도 않다. ‘가공된 남성’스러운 품격을 갖춘 술이다. 더욱이 최고급 위스키(프리미엄 위스키)인 로얄살루트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상혼’은 이 두 가지를 하나로 만들었다. 국내에서 로얄살루트 판매대행사인 진로발레타인스의 피터 프랜티스 아시아 태평양담당 부사장이 그 주역이다. 그는 로얄살루트 판매수익의 사회 환원과 회사 이미지 개선 차원에서 ‘마크 오브 리스펙트(Mark of Respect)’라는 상을 제정했다. 로얄살루트의 의미는 ‘존경’이다. 로얄살루트를 선물하는 것은 선물받는 사람에게 최고의 존경을 표시한다는 상징적 의미를 갖는다. 진로발레타인스가 이 상을 제정한 것 자체가 한국문화에 대한 최고의 존경을 표시하는 것이다. 당연히 수상자는 한국문화창달에 기여한 문화·예술계 인사.

국악고에 수년째 장학금 지급

올해로 두 번째 수상자를 냈다. 올해 수상자는 이어령 전 문화부장관. ‘시대를 뛰어넘는 통찰력’과 ‘한국 사회의 트렌드 세터로서 사회에 미친 영향’이 수상 이유다. 수상자 선정을 위해 문화·예술 분야의 오피니언 리더 500명과 일반인 500명의 설문조사를 거치는 번거러움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해는 ‘올드보이’와 ‘친절한 금자씨’로 한국 영화의 위상을 드높인 박찬욱 영화감독에게 영예가 돌아갔다.

한국은 세계적 위스키 소비국이다. 세계에서 4~5번째로 큰 위스키 시장이다. 특히 고급 프리미엄 위스키 시장은 세계 1위다. 위스키 생산자 입장에서 당연히 구미가 당기는 시장이다. 더욱이 한국 위스키 시장의 발전성이 매우 크다는 게 주류업계의 관측이다. 이것이 한국 위스키 시장 확장을 위해 한국 문화에 대한 존경심을 표시하는 마케팅 전략을 활용하게 만든 이유다. 유럽에서는 박찬욱 감독과 오케스트라 지휘자인 정명훈씨 같은 거장이 널리 알려지면서 이들을 로얄살루트 현지화 전략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

산악인 엄홍길씨 통해 폭탄주 체험

2003년 창사 50주년을 기념으로 255병을 한정생산했을 때 그중 한 병을 산악인 엄홍길씨에게 선물한 것도 ‘존경심’의 표시였다. 프랜티스 부사장은 1997년에 시바스 브러더스사 아태지역 총괄담당으로 중국으로 들어갔다. 중국에서는 로얄살루트가 일반인이 마시기엔 너무 비싼 술이었지만 가능성과 마니아층을 보고 뛰어들었다. 당시 에드먼트 힐러리경이 있는 네팔 카트만두로 날아가서 그에게 1호병을 헌정했다. 헌정기념 연회에 2000명이 모였다. 이때 힐러리경이 이 자리에 참석한 엄홍길씨를 소개했다. 프랜티스 부사장은 “이때 엄홍길씨가 파티를 주도하여 한국식 술문화인 폭탄주를 체험했다”며 웃었다.

프랜티스 부사장이 전통의상을 입고 스코틀랜드식 건배를 제의하고 있다.
사실 스코틀랜드에도 한국의 폭탄주와 비슷한 주법이 있다. ‘위스키체이서’라고 부르는데, 한국처럼 맥주와 양주를 섞어서 마시지는 않는다. 위스키를 마시고 바로 맥주를 마시는 게 다른 점이다. 그는 “스코틀랜드와 한국은 알면 알수록 비슷한 면이 많다”면서 “시상식에서 안숙선 명창의 소리와 국악을 들어봤는데 스코틀랜드의 전통음악과 느낌이 비슷하다”며 한국에 유대감을 표시했다.

한국이 위스키 소비대국이란 ‘불명예’스런 이름을 얻은 것 역시 프랜티스 부사장의 탁월한 사업수완 덕택인지도 모른다. 그는 1986년부터 아시아와 인연을 맺었다. 그가 스카치위스키 수출업무를 담당한 것이다. 1997년에 로얄살루트 생산회사인 시바스 브러더스사에 합류한 그는 한국, 중국,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신흥시장의 판매활로를 개척하고 주요 소비국으로 만들었다. 그래서 그에게 붙은 칭호는 ‘스카치위스키계의 전설’. 아시아 지역내 슈퍼프리미엄 위스키 시장의 괄목할 성장을 진두지휘, 로얄살루트의 ‘울트라 트리뷰트’ 광고캠페인 성공 그리고 로얄살루트 50년산 프로젝트 성공 등도 이런 칭호를 얻게 하는 데 일조했다.

그렇다면 그가 한국에서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은 무엇일까.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한국의 술문화가 어우러진 결과다. 한국의 문화예술 지원 역시 고급 프리미엄 위스키 브랜드의 고품격 이미지를 제고시켜 수요를 창출하려는 현지화 전략의 일환인 셈이다. 여기에 무엇보다 고급 양주를 선물하길 좋아하는 한국인의 성향도 이런 현지화 전략과 맞아떨어진 측면이 있다. 그는 한국의 술문화에 대해 “한국의 술자리엔 한국인 특유의 유쾌함과 활력이 있다”면서 “술자리 문화가 인상적이다”라고 ‘칭찬’했다. 그는 이어 “한국의 위스키 소비자의 취향이 매우 세련되다. 세계 최고수준이다”라면서 “한국은 품질을 따질 줄 알면서도 가격을 장벽으로 생각하지 않는 나라”라고 평가한다. 그는 “신선한 마케팅 전략과 더 나은 서비스로 한국의 위스키 시장을 더 키우고 싶다”는 향후 계획도 밝혔다.

그렇다면 위스키를 잘 먹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사람들의 취향이 제각각이어서 뭐라 단언할 수는 없다”고 전제하면서도 “물 또는 얼음을 적당히 섞어서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선택해서 먹는 것이 방법이라면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로얄살루트를 제조하는 시바스 브러더스사가 추천하는 방법은 원액과 미네랄워터를 50 대 50으로 섞어서 얼음 없이 즐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낙 독특한 원액이 혼합된 술인 만큼 그 맛을 음미하기 위해서 얼음을 넣지 않고 원액에 물을 적당히 섞어서 마셔야 그 참맛을 느낄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로얄살루트의 참맛을 느끼는 데 빠져서는 안 되는 게 있다. 좋은 친구 그리고 품위에 어울리는 분위기가 그것이다. 로얄살루트가 ‘퍼펙트 블렌딩’(완벽한 조화)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는 것도 우연은 아닌 듯하다. 한국 시장을 책임지고 있는 프랜티스 부사장은 한국의 문화·예술과 로얄살루트 그리고 ‘마크 오브 리스펙트’ 3박자의 조화를 원하는 눈빛이다.

<글·김태열 기획위원 yolkim@kyunghyang.com>
<사진·김세구 기자 k39@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