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장머리에 줄지어 꽂혀 있는 유리조각 저것은 오래전 완전한 모양을 갖추어 부드럽게 어루만 질 수 있었던 유리병이었을 것이다 지금은 누구도 감히 손을 짚고 담장을 넘어설 이 없겠 지만 한때 사람의 입속을 들락날락거렸던 감미로운 주 둥이였을 것이다. 추억은 날카로운 것 그 힘으로 저렇게 날을 세우고 장미꽃잎 위에 오후의 햇살을 퉁기고 있는 것이다
―신작 시집 ‘무전을 받다’(종려나무)에서 ▲전북 고창 출생 ▲2001년 ‘문학마을’로 등단 ▲시집 ‘다시 신발끈을 묶고 싶다’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