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이 없는 부처이지만 나는 얼굴을 만지고 왔네 귀 끝을 쭈욱 당겨보고도 왔네 머리 어딘가에 손을 찔러 넣자 그냥 내 손은 한없이 빨려들어갔는데 거기가 화엄인지 반야인지는 확실치가 않았네 아무려나 나는 그 목 없는 어깨 뒤로 숨어 들어가 내 머리통을 달랑 턱을 괴어 올려놓고서는 오만상을 찌푸려보기도 하면서 또 히죽거려보기도 하면서 찰깍, 사진 한 방 박고 왔네 내 여자는 코를 떼어 가지고 왔네.
―신작시집 ‘바보사막’(랜덤하우스)에서 ▲1948년 서울 출생 ▲1974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 ‘염소와 풀밭’ ‘자전거 도둑’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