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의 뜨락

월 광 욕

바보처럼1 2010. 3. 30. 04:06

 

 

 

            월 광 욕

 

                  

 

강 성 은

아침이 오기 전에
이 테라스는 곧 녹아내린다
달이 긴 혀를 내밀어
우리의 벌거벗은 몸을 천천히 핥는다

밤의 숲에서는
잠든 새들도 달빛으로 충만하다
우리의 절망적인 포즈는 충만하다

시들어 재가 되어버릴 때까지
충만함은 우리를 사로잡는다
달에 홀린 삐에로 같아
마치 우리는

오늘밤 이 테라스는 곧 녹아내린다
오늘밤 우리의 어둠은 이토록 충만하고
-신작시집 ‘구두를 신고 잠이 들었다’(창비)에서

▲1973년 경북 의성 출생
▲2005년 문학동네신인상에 ‘12월’ 외 5편의 시가 당선되어 작품활동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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