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지킴이

[스크랩] 영원한 藝人, 故 김현규 선생

바보처럼1 2006. 6. 2. 23:51


故 김현규 선생

올 봄에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인들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소식을 자주 접한다. 사람이 살다가 언젠가는 반드시 유명을 달리한다는 것은 정해진 이치건만 그래도 그런 소식을 접할 때 참으로 아까운 분이 돌아가셨구나 하는 생각을 하는 분들도 계시다. 송포호미걸이 보유자 김현규선생은 바로 그런 분 중에 한분이시다.

고양송포호미걸이 보유자이셨던 고 김현규 선생은 고양시의 각종 민속놀이를 발굴하고 그것을 재현, 전승 시키는데 일생을 바치신 분이다. 평소에도 건강이 좋지 않아 늘 조심을 하신다고 하면서도 막상 놀이판이 벌어지거나 어느 마을에 좋은 소리가 있다고 하면 팔을 걷어 부치고 먼저 나서 그것을 꼼꼼히 조사하고 마을 주민들과 호미걸이 보존회원들을 독려해 재현을 시키시고는 했다.
그런 선생의 열정이 있기에 오늘 고양시에는 많은 놀이가 복원, 재현되었고 그 중 경기도지정 무형문화재로 인정이 되기도 했다. 이제 한창 많은 일을 해야 할 시기인데도 우리 곁을 떠나신 선생(현 63세). 선생은 내 고장의 전통문화를 알지 못하는 사람은 고장에서 살 자격이 없다고 평소 이야기를 하실 만큼 고장에 대한 애향심이 대단하신 분이며 고장의 전통문화를 누구보다도 사랑하고 지켜나가기 위해서 최선을 다하신 분이다.
평소 몇 번인가 선생을 뵐 때마다 건강이 많이 나빠지신 것 같은데 조심하시라고 말씀을 드리면 ‘인명은 재천이라’고 답을 하시면서 살아계신 동안 하나라도 더 많은 것을 찾아 재현을 시키고, 전승을 시켜야 고장의 정체성이 살아난다고 강조를 하시고는 했다. 결국 선생의 그러한 집념이 건강을 더 해치지는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39세 때 고향 송포를 떠나 서울로 올라가 1957년부터 고대식 선생에게 풍물을 배운 김현규 선생은 배명복 선생에게 경기민요를, 유개동 선생에게 시조와 가사, 경기12잡가를 학습했다. 그런가하면 1974년에는 중요무형문화재 제19호 선소리 산타령의 전수장학생으로 지정을 받기도 했으며 산타령 이수자를 거쳐 1985년에는 산타령 전수소를 개설하고 후학들을 지도하기에 이르렀다.
1985년 뱀개마을로 돌어 온 선생은 송포호미걸이를 발굴, 재현시킨 것을 비롯해 맹개안사 줄다리기, 용구재 이무기재, 12지신 불한당 놀이, 쌍그네놀이, 상아대말짱 박는소리, 선공감 김감역 상여소리 등 수많은 민속놀이를 발굴, 재현시켰다. 그러한 능력을 인정받아 1998년 경기도지정 무형문화재 22호 고양송포호미걸이 보유자로 지정을 받았다. 송포호미걸이는 뱀개마을에 전해지는 민속으로 뱀개마을은 김해 김씨들의 집성촌이다.
설촌(設村)이 430년 이상 되는 유서 깊은 고장이기에 자연 어릴 적부터 마을에 전승이 되는 전통문화를 보고, 듣고 그 안에서 생활을 한 덕에 많은 전통을 접할 수 있었다. 뱀개마을에서는 김매기가 끝나는 시기인 음력 7월 칠석을 전후해 마을 뒷산 아름드리나무가 있는 곳에서 도당제를 올리고 난 후 호미걸이를 하였다고 한다. 뱀개마을에서 호미걸이가 마지막으로 행해진 것은 73년 전. 1931년 이후 마을에서는 호미걸이가 중단이 되었다. 풍장을 울리고 소리를 하면서 노동의 효과를 극대화시키고 마을 주민의 화합은 물론 그러한 호미걸이를 1960년대 초 마을의 주민들이 부분적으로 재현을 시킨 것을 동관 김현규 선생이 정리를 하고 원형보존에 충실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로 정착을 시켰다.

살아생전 선생은 오직 우리 전통에 대한 열망으로 한평생을 사신 분이다. “벌써 농악과 소리에 묻혀 산지가 50여년이 되었습니다. 서울에서 생활을 하면서도 내 뿌리인 고향을 등질 수가 없어서 다시 고향으로 내려와 고향의 정취를 찾아내기 시작한 것이죠.” 평소 선생이 들려주던 고향 사랑에 대한 말씀이다. 그렇듯이 선생은 고향 송포면 대화리 뱀개마을을 늘 염두에 두시고 사셨으며 고향땅에 전승이 되던 각종 전통민속을 찾아내시는 것을 큰 보람으로 아시던 분이다. 이제 우리 곁을 떠나신 선생의 그 마음을 고이 간직하고자 한다. 그리고 그 마음을 다시 일궈내어 후손들에게 물려주고자 한다. 선생의 뜻을 기리고자...


하주성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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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하늘을 보세요. 그 곳에 꿈이 ~
글쓴이 : 늪바람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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