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마을의 초임에 두 눈을 부릅뜨고 서서 액을 쫓는 장승이나 말없는 응시를 계속하고 있는 솟대 위의 새들은 모두 목조각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것이 비록 정교하고 아름다운 예술품이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에겐 그지없이 친근한 풍경이다. 나무를 조각하여 작품을 만드는 것이 목조각이다.
나무는 우리에게 참으로 많은 것을 준다. 종이를 만드는 펄프에서 집안의 뼈대를 만드는 재목으로도 부족해서 집안의 가구가 되어준다. 그러한 나무가 장인의 숨결을 얻어 다시 태어나면 혼이 담긴 예술품으로 바뀌는 것이다. 여기 나무에 생명을 입히고 종교적인 삶을 불어 넣어주며 예 것을 재현하는 사람이 있으니 그가 바로 장인 박찬수이다.
장인 박찬수의 작품은 이미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다. 1986년 아세안게임 기념 불교미술기획전에서 종합대상(종정상)을 수상했고, 1989년 전승공예대전에서는 법상(法床)으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이 작품은 목아불교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다. 1987년에는 수출진흥에 대한 포상으로 상공부장관 표창장까지 수상했다. 그의 작품이 일본을 비롯하여 세계에까지 널리 판매되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의 활동도 쉴 틈이 없어 양산 통도사 화문투각소통을 재현했고, 부석사 무량수전, 양산 통도사 사천왕상, 적멸보궁 법상, 예천 용문사 윤장대를 재현했고, 1995년에는 통도사 옥련암 1250아라한상, 신중 목탱화 및 삼존불상을 제작하기도 했다.
그의 실력에 보답이라도 하듯 1·996년에 무형문화재에 목조각 부분이 신설되었고, 그는 무형문화재 108호 목조각 부분의 장인으로 선정되었다. 자신이 수집한 불교관계 유물 6,000여점과 자신의 작품을 전시한 목아박물관은 특수 박물관의 성공 사례이며, 박물관의 조경 연구, 기획전시 등 모든 면에서 기존의 박물관을 앞서가는 놀라운 진취성을 보여주고 있다. 사회적으로 한국박물관협회 이사, 전통문화재 조각회 고문, 한국공에연합회 이사, 전통불교문화학교 교장 등 다방면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른 장인들과는 자뭇 다른 삶이다.
박찬수는 불교 목조각가이다. 그는 불교신도이고, 조계종 총무원 국제포교사라는 자격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직함은 그의 작품활동이 뚜렷한 목표와 신념을 가지고 행해진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그 신념은 하나의 종교를 수호하거나 과거의 전통에 얽매여 있지 않다. 그의 필생의 목표는 불교조각의 완전한 재현이 아닌 현대적 재현이다. 특히 박물관을 방문하면 이 말의 의미를 쉽게 알 수 있다. 그 곳에 전시한 유물과 작품은 과거를 그대로 보여주는 동시에 그것에 가미된 현대적 미가 어떻게 전통과 조화를 이루는지 까지 함께 보여준다. 대표적인 작품이 미륵삼존불이다. 분명 미륵삼존불이지만 장승의 모습을 응용했다고 보는 분도 있다. 그러나 그 선과 과감한 생략은 장승이면서도 지극히 현대적인 간결함과 세련됨을 함께 갖추었다. 과거와 미래, 민간신앙과 불교가 하나로 어울린 것이다.
이러한 어울림은 박찬수의 모습에서도 나타난다. 목아박물관의 구조와 조경은 자못 현대적이다. 박물관하면 무겁고 장중하고 심하면 음침하다는 느낌을 이곳에서는 찾을 수 없다. 그 속에서 박찬수는 현대인도 승려도 아닌 상투를 틀고 무명 한복을 걸친 덥석부리 모습으로 작품과 씨름을 한다. 목아불교박물관은 승려에겐 무료개방이다. 동시에 신부와 목사에게도 무료로 허용된다. 찻집인 무애산방 옆에 세워놓은 백의관음은 수원관음도의 관음과 마리아를 함께 합쳐놓은 듯한 모습이다. 목아박물관의 취지는 불교문화와 불교미술을 일반인들에게 좀 더 가깝게 만들자는 뜻이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그 곳에는 그의 신념과 메시지가 있다. 예술가로 종교인으로, 문화사업인으로, 교육자로 사업가로 그의 다양한 삶을 성공적으로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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