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들국화...... 이 하윤

바보처럼1 2006. 7. 20. 23:04

<둘국화>

 

나는 들에 핀 국화를 사랑합니다.

빛과 향기 어느 것이 못하지 않으나

넓은 들에 가엾게 피고 지는 꽃일래

나는 그 꽃을 무한히 사랑합니다.

 

나는 이 땅의 시인을 사랑합니다.

외로우나 마음대로 피고 지는 꽃처럼

빛과 향기 조금도 거짓 없길래

나는 그들이 읊은 시를 사랑합니다.

 

*시집(물레방아)(1939) 수록

*주제는 순수와 진시의 아름다뭄.

 

 

<할머니와 할아버지>

 

손자들의 재롱에 반할 때부터

옛날에 우리를 기르신

할머니와 할아버지 깊은 애정을

아프도록 고맙게 느낍니다.

 

귀여움보다는 도리어

과분한 희망을 걸어 놓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은

이 세상을 떠나가셨읍니다.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피와 땀과 살과 뼈는

산이되고 들이 되고 논과 밭이 되고,

넋은 강토의 정기로 어렸읍니다.

 

흘러가는 기름진 강물에

그들의 모습이 환히 비치는데,

높은 산과 넓은 바다는

후손들의 기상이 되고 의기(義氣)가 되고.....

 

 

<물레방아>

 

끝없이 돌아가는 물레방아 바퀴에

한 잎씩 한 잎씩 이 내 추억을 걸면

물 속에 잠겼다 나왔다 돌 때

한 없이 뭇 기억이 잎잎이 나붙네.

 

바퀴는 돌고 돌며 소리치는데

마음 속은 자나간 옛날을 찾아가

눈물과 한숨안을 자아내 주노니

...........................................

 

나이 많은 방아지기 하얀 머리에

힘 없는 시선은 무엇을 찾는지--

확 속이다! 공잇소리, 찧을 적마다

강물은 쉬지 않고 흘러 내리네.

 

*시문학(1930.3) 수록

추상적인 표현 기교를 사용하여 효과를 얻고 있다.

*주제는 물레방아로 해서 느끼는 세월의 무상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