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던 길 멈추고>
--마의 태자 묘를 지나며
골짝을 예는
바람결처럼
세월은 덧없어
가신 지 이미 천 년.
한(恨)은 길건만
인생은 짧아
큰 슬픔도 지내다니
한 줌 흙이러뇨.
잎 지고
비 뿌리는 저녁
마음 없는 산새의
울음만 가슴 아파
천고(千古)에 씻지 못할 한
어느 곳에 멈추신고.
나그네의 어지러운 발끝에
찬 이슬만 채어.
조각 구름은
때없이 오락가락하는데
옷소매를 스치는
한 떨기 바람.
가던 길
멈추고 서서
막대 짚고
고요히 마리 숙이다.
*시집<동방서곡(東方曙曲)> 수록
홀로 마의 태자의 무덤을 찾은 사람의 회포와 정경을 서술적인 수법으로 쉽게 표현한 시
망국의 한과 인생 무상을 노래한 6연으로 된 자유시
이 작품은<금강 8제>중의 제 7번째 작품
*주제는 마의 태자의 추모와 애도
<출범(出帆)의 노래>
해는 오르네.
둥실 둥실 둥실 둥실.....
어어 내 젊은 가슴에도 붉은 해 오르네
둥실 둥실 둥실 둥실.....
바다는 춤 추네.
추울렁 출렁.추울렁 출렁
어어 내 젊은 가슴에도 바다는 춤추네.
추울렁 출렁. 추울렁 출렁
바닷 바람에 햇발을 쪼각 쪼각 깨물며,
돛대 끝에 높이 달린 깃발은 펄럭인다.
퍼얼럭 펄럭. 퍼얼럭 펄럭.....
어어 내 젊은 가슴에도 깃발은 시원스리 펄럭인다.
퍼얼럭 펄럭 퍼얼럭 펄럭.....
닻을 감아라
배는 떠난다.
바다라도 육지라도 드쉬려는
우리 젊은으들 그득 실은 배는 떠난다.
북소리 둥 둥
북소리 둥 둥
오색 테이프를 줄줄이 늘이고
바다를 두쪽에 푸른 물결을 차며
배는 떠난다.
두발은 펄펄
불 붙은 얼굴에
구리 북채를 들어 북을 둥 둥 울리며
배는 떠난다.
새날을 실러 가는 재는 떠난다.
*조선지광(1928)수록
음악적 효과가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배: 조국
*선원: 새로운 의지에 불타는 겨레
*바다: 역사적 현실
*주제는 미래를 향한 희망과 의지
<산상 고창(山上高唱)>
산도 들도 마을도 저자도
한결같이 눈 속에 고요히 잠든
오오 푸른 월광이 굽이처 흐르는
백색의 요람이여!
골짝을 지나 비탈을 돌아
그리고 강뚝을 넘어 들판을 꿰어.....
끝없이 뻗은 두 줄기의 수레바퀴
달빛이 빛나는 두 줄기의 수레바퀴
오오 발 아래 엎어져 꿈꾸는 대지여!
네 병 앓는 유방(유방)울 물고
네 싸늘한 품에 안겨 보채는 야윈 아기들
가늘게 떨리는 그들의 숨결 위에
너는 무슨 보표(보표)를 꽂아 주려느냐.
네 요람의 어린 딸들이여!
눈 덮인 지붕 밑에는
꿈길이 아직도 멀구나
내 마음 파랑새 되어
그대들의 보채는 숨결 위에
봄 소식을 물어 날으리!
창공을 떠받고 기차게 서 있는 모악(모악)
백파(백파)를 걷어차고 내닫는 변산의 연봉
오오 발 아래 엎어져
새벽을 숨쉬는 대지여!
달려와 내 가슴에 안기라!
창공을 쏘아 떨어뜨리고
해 뜨는 가슴에 와 안기라.
남쪽 하늘 밑에 숨쉬는 황해바다!
구름이 백장미인 양 피어오르는 곳
그리로 흘러가면 달밤의 시화가 있을 듯싶어
강반(강반)의 모래들을 5리나 따라갔었네만
그 밤 나 홀로 들은 건
향수에 빠진 기러기 외마디 울음.....
간간이 들려오는 상선(상선)의 허거픈 Bo였음네
*달밤, 눈에 덮인 대자연과 혼연 일체가 된 정감을 정열적 낭만으로 노래한 시
5.6연에는 작자의 향토애가 나타나 있다..
*두 줄의 수레바퀴: 우주의 운행이나 역사의 발자취
*네 병 앓는 유방: 작자의 마음이 침울하여 그렿게 느껴진 것이다.
'한국시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연 모........이 병각 (0) | 2006.07.24 |
---|---|
소라.......양 운한 (0) | 2006.07.24 |
길............노 천명 (0) | 2006.07.23 |
기다림.......모 윤숙 (0) | 2006.07.22 |
성북동 비둘기..........김 광섭 (0) | 2006.07.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