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가던 길 멈추고..........김 해강

바보처럼1 2006. 7. 24. 01:05

<가던 길 멈추고>

--마의 태자 묘를 지나며

 

골짝을 예는

바람결처럼

세월은 덧없어

가신 지 이미 천 년.

 

한(恨)은 길건만

인생은 짧아

큰 슬픔도 지내다니

한 줌 흙이러뇨.

 

잎 지고

비 뿌리는 저녁

마음 없는 산새의

울음만 가슴 아파

 

천고(千古)에 씻지 못할 한

어느 곳에 멈추신고.

나그네의 어지러운 발끝에

찬 이슬만 채어.

 

조각 구름은

때없이 오락가락하는데

옷소매를 스치는

한 떨기 바람.

 

가던 길

멈추고 서서

막대 짚고

고요히 마리 숙이다.

 

*시집<동방서곡(東方曙曲)> 수록

홀로 마의 태자의 무덤을 찾은 사람의 회포와 정경을 서술적인 수법으로 쉽게 표현한 시

망국의 한과 인생 무상을 노래한 6연으로 된 자유시

이 작품은<금강 8제>중의 제 7번째 작품

*주제는 마의 태자의 추모와 애도

 

 

<출범(出帆)의 노래>

 

해는 오르네.

둥실 둥실 둥실 둥실.....

어어 내 젊은 가슴에도 붉은 해 오르네

둥실 둥실 둥실 둥실.....

 

바다는 춤 추네.

추울렁 출렁.추울렁 출렁

어어 내 젊은 가슴에도 바다는 춤추네.

추울렁 출렁. 추울렁 출렁

 

바닷 바람에 햇발을 쪼각 쪼각 깨물며,

돛대 끝에 높이 달린 깃발은 펄럭인다.

퍼얼럭 펄럭. 퍼얼럭 펄럭.....

 

어어 내 젊은 가슴에도 깃발은 시원스리 펄럭인다.

퍼얼럭 펄럭 퍼얼럭 펄럭.....

 

닻을 감아라

배는 떠난다.

 

바다라도 육지라도 드쉬려는

우리 젊은으들 그득 실은 배는 떠난다.

 

북소리 둥 둥

북소리 둥 둥

 

오색 테이프를 줄줄이 늘이고

바다를 두쪽에 푸른 물결을 차며

배는 떠난다.

 

두발은 펄펄

불 붙은 얼굴에

구리 북채를 들어 북을 둥 둥 울리며

 

배는 떠난다.

새날을 실러 가는 재는 떠난다.

 

*조선지광(1928)수록

음악적 효과가 작품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배: 조국

*선원: 새로운 의지에 불타는 겨레

*바다: 역사적 현실

*주제는 미래를 향한 희망과 의지

 

 

<산상 고창(山上高唱)>

 

산도 들도 마을도 저자도

한결같이 눈 속에 고요히 잠든

오오 푸른 월광이 굽이처 흐르는

백색의 요람이여!

 

골짝을 지나 비탈을 돌아

그리고 강뚝을 넘어 들판을 꿰어.....

끝없이 뻗은 두 줄기의 수레바퀴

달빛이 빛나는 두 줄기의 수레바퀴

 

오오 발 아래 엎어져 꿈꾸는 대지여!

네 병 앓는 유방(유방)울 물고

네 싸늘한 품에 안겨 보채는 야윈 아기들

가늘게 떨리는 그들의 숨결 위에

너는 무슨 보표(보표)를 꽂아 주려느냐.

 

네 요람의 어린 딸들이여!

눈 덮인 지붕 밑에는

꿈길이 아직도 멀구나

 

내 마음 파랑새 되어

그대들의 보채는 숨결 위에

봄 소식을 물어 날으리!

창공을 떠받고 기차게 서 있는 모악(모악)

백파(백파)를 걷어차고 내닫는 변산의 연봉

오오 발 아래 엎어져

새벽을 숨쉬는 대지여!

달려와 내 가슴에 안기라!

 

창공을 쏘아 떨어뜨리고

해 뜨는 가슴에 와 안기라.

남쪽 하늘 밑에 숨쉬는 황해바다!

구름이 백장미인 양 피어오르는 곳

그리로 흘러가면 달밤의 시화가 있을 듯싶어

강반(강반)의 모래들을 5리나 따라갔었네만

그 밤 나 홀로 들은 건

향수에 빠진 기러기 외마디 울음.....

간간이 들려오는 상선(상선)의 허거픈 Bo였음네

 

*달밤, 눈에 덮인 대자연과 혼연 일체가 된 정감을 정열적 낭만으로 노래한 시

5.6연에는    작자의 향토애가 나타나 있다..

*두 줄의 수레바퀴: 우주의 운행이나 역사의 발자취

*네 병 앓는 유방: 작자의 마음이 침울하여 그렿게 느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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