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가

고 풍..........신 석초

바보처럼1 2006. 7. 24. 01:47

<고 풍(古風)>

 

분홍색 회장저고리

남끝동 자주 고름

긴 치맛자락을

살며시 치켜들고

치마 밑으로 하얀

외씨버선이 고와라.

멋들어진 어여머리

화관 몽두리

화관 족두리에

황금 용잠 고와라.

은은한 장지 그리메

새 치장하고 다소곳이

아침 난간에 섰다.

 

*시문학 창간호(1971.7)수록

1~6행 ; 옷 모양

7~10행; 머리 모양의 차림

11~13행: 몸매에서 풍기는 고풍한 멋

*주제는 고풍한 차림에서 풍기는 예스러운 멋과 아름다움.

 

 

<꽃잎 절구(絶句)>

 

꽃잎이여 그대

다토아 피어

비 바람에 뒤설레며

가는 가냘픈 살갗이여.

 

그대 눈길의

머언 여로(旅路)에

하늘과 구름

혼자 그리워

붉어져 가노니

 

저문 산 길가에 져

뒤둥글지라도

마냥 묽게 타다 가는

환한 목숨이여.

 

*시문학11호(1972.6)수록

1연: 다투어 핀 꽃잎의 가냘픔

2연: 꽃잎의 무르익은 그리움

3연: 꽃잎의 절정과 최후

*주제는 생의 절정

 

 

<바라춤>

 

언제나 내 더럽히지 않을

티 없는 꽃잎으로 살어여러 했건만

내 가슴의 그윽한 수풀 속에

솟아 오르는 구슬픈 샘물을

어이할까나

 

청산 깊은 절에 울어 끊인

종소리는 아마 이슷하여이다.

경경히 밝은 달은

빈 절을 덧없이 비초이고

뒤안 이슥한 꽃가지에

잠 못 이루는 두견조차

저리 슬피 우는다.

 

아아 어이 하리. 내 홀로

다만 내 홀로 지닐 즐거운

무상한 열반을

나는 꿈꾸었노라.

그러나 나도 모르는 어지러운 티끌이

내 맘의 맑은 거울을 흐리노라.

 

몸은 서러라

허물 많은 사바의 몸이여

현세의 어지러운 번뇌가

짐승처럼 내 몸을 물고

오오, 형체, 이 아리따움과

내 보석 수풀 속에

비밀한 뱀이 꿈어리는 형역(形役)의

끝없는 갈림길이여.

 

구름으로 잔잔히 흐르는 시냇물 소리

지는 꽃잎도 띄워 둥둥 떠내려가것다.

부서지는 주옥의 여울이여

너울너울 흘러서 창해에

미치기 전에야 끊일 줄이 있으리.

저절로 흘러가는 널조차 부러워라.

 

*문장(1936.4)수록

주제는 종교적인 승화와 세속적인 번뇌 사이에서의 갈등.

*바라춤: 불전에 재를 올릴 때 추는 춤

*살어여러: 갈아가려

*열반: 해탈의 경지

*사바: 속세

*형역: 육체의 지배를 받음

 

 

<삼각산 옆에서>

 

이 산 밑에 와 있네

내 흰 구름송이나 보며

이 곳에 있네.

 

꽃이나 술에

묻히어 살던

도 연명이 아니어라.

 

준 개면 환히 열리는 산

눈 어리는 삼각산 기슭

너의 자락에 내 그리움과

아쉬움을 담으리.

 

*주제는 담백하고 운치 있는 생활

 

 

<금사자>

 

금사자야

금빛 바람이 인다.

해바라기가 되었다.

 

하늘 아래 둘도 없는

너의 황색 갈기

휘황한 너의 허리.

 

주홍색 아가리를

딱 딱 벌리고

조금은 술픈 듯한

동굴 같은 눈을 하고

맹수 중에

왕 중 왕

 

꽃 펴 만발한

싸리밭에

불 붙는 태양의 먹이

네 발로 움켜 잡고

망나니로 뒹군다.

땅 위에

 

고려 천 년

화사한 날에

해바라기가 되었다.

금빛 노을이 뜬다.

 

*소재가 된 것은 고려조 이후 대궐 찬치 때 추곤 하던 사자 탈춤이다.

이 탈춤을 통해서 삶의 기본적인 정신이 되는, 호탕하면서도 밝은 미래를 기대하는 희망찬 정신을 드높이려 하였다.

 

 

<처용은 말한다>

 

1

바람아, 휘젓는 정자나무에 뭇 잎이 다 지것다.

성긴 수풀 속에 수런거리는 가랑잎 소리

소슬한 삿가지 흔드는 소리

휘영청 밝은 달은 천지를 뒤덮는데

 

깊은 설레임이 나를 되살려 놓노라.

아아,

'한국시가'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 백............정 훈  (0) 2006.07.26
나비..........윤 곤강  (0) 2006.07.26
연 모........이 병각  (0) 2006.07.24
소라.......양 운한  (0) 2006.07.24
가던 길 멈추고..........김 해강  (0) 2006.07.24